4장 道沖而用之도충이용지- 명상과 불교수행으로 풀어쓴 노자도덕경
- 명상과 불교수행으로 풀어쓴 노자도덕경
4장 道沖而用之 도충이용지 - 도는 비어 있으면서도 작용하니
"도는 비어 있으면서도 작용하니 간혹 다하지 않을 듯하고, 깊으면서도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
날카로움을 꺾고, 엉클어짐을 풀어주며, 빛을 부드럽게 하고, 세속과 함께하니, 없어졌다가도 마치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도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지 못하지만, 조물주보다는 먼저 있었으리라."
노자는 평생 가르침을 펴거나 글을 남기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말년에 어떤 이유에선지 노자는 국경을 넘어 떠나려 했다. 그가 히말라야로 가서 최후를 맞이하려 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를 알아본 국경의 경비병이 가로막는다. 아마도 가르침을 남기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고 반쯤은 협박이라도 한 모양이다. 그렇게 사흘 만에 도덕경이 남겨졌다고 전해진다.
2천 년도 더 지난 일이다. 현재 전해지는 도덕경에는 왕필본, 백서본, 곽점본 등이 언급되는데 어느 것도 노자가 완벽하게 남긴 2천 년 전의 도덕경이라고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평생 가르침을 펴지 않고 지내던 노자는 과연 심혈을 기울여서 저작을 남겼을까? 어쩌면 사흘 만에 휘리릭~ 대충 쓰고 국경을 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덕경에는 근본적인 도道에 대한 설명 외에도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들이 있지만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이것이 정말로 노자의 순수한 가르침일까를 의심케 하는 대목들도 눈에 띈다. 4장의 본문을 살펴보자.
"도는 (중략) 만물의 근원인 것 같다."
- 이런 구절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다음 구절은 조금 애매해 보인다. 만물의 근원인 도이고 유와 무, 그리고 모든 세상의 상대적인 것을 낳았으며 포용하므로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원문]
"날카로움을 꺾고, 엉클어짐을 풀어주며, 빛을 부드럽게 하고, 세속과 함께하니, 없어졌다가도 마치 존재하는 것 같다."
[(감히)변경문]
도는 날카롭기도 하고 무디기도 하다. 엉클어짐도 정리됨도 함께 있다. 날카로운 빛이기도 부드러운 빛이기도 하다. 성(聖)과 속(俗)이 함께하니, 없어졌다가도 마치 존재하는 것 같다.
도道는 좋고 나쁨의 구분, 판단의 구분 없이 상대적인 모든 개념들을 하나로 포용할 수 있다. 허나 도덕경에는 주로 도의 인간세상에 대한 유익함을 강조하는 듯한 구절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치세(治世)의 도구로써의 관점에서의 서술도 그렇다.
"나는 (도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지 못하지만, 조물주보다는 먼저 있었으리라."
도덕경 4장의 마지막 문장에서 역자(김원중)는 도덕경 원문의 상제象帝를 조물주라고 옮겼다. 보통 조물주는 특히 기독교에서의 창조신을 연상시키는 바가 있으므로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상제象帝는 보통 옥황상제라고 할 때의 상제上帝와는 다른 표현이기는 하나, 글자 그대로 형상 있는 만물의 임금이라는 뜻으로 보면 상제上帝, 즉 도교에서 언급되는 천상계의 최고신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여기서 꼭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노자가 도교의 창시자는 아니지만 도교에서 태상노군이라 불리며 받드는 창시자이며 최고신이었다는 사실이다. 6세기경부터 옥황상제는 도교 최고의 신으로 인기를 누렸다고 하니 노자가 언급한 상제가 분명 옥황상제일 리는 없을 것이다.
* 노자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공자(B.C. 551 ~ B.C. 479)와 동시대인이며 조금 윗 연배의 인물이라 알려져 있으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도道는 노자의 반복되는 표현을 빌리자면 '만물의 어머니' 이다. 여기서 '만물' 이라는 표현에는 최고신을 포함한 온갖 신들도 포함된다(신들도 창조된 개별적 존재라는 의미). 그러므로 '도는 조물주(象帝) 보다 먼저 있었으리라'.
종종 자신이 도인道人 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참으로 관념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오쇼 라즈니쉬의 저서를 보면 노자는 살아생전에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굳이 단 한 명의 도인을 꼽는다면 당연히 노자일 것이다. 노자는 과연 자신을 '도인' 이라고 칭하며 다녔을까? 확실히 다져두고 넘어가자. 참도인은 스스로를 도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특히 내가 도인입네 하고 머리를 길러서 묶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도를 강변하는 이가 있다면, 그런 면이 크면 클수록 더욱 경계할 일이다.
- 明濟 전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