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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Sep 04. 2024

[장자29]대종사(2) 하늘의 비밀/몽중일여와 숙면일여

[장자29] 대종사(2) 하늘의 비밀 / 몽중일여와 숙면일여


  4. 옛날의 진인(眞人)은 잠자도 꿈꾸지 않고, 깨어나도 걱정이 없었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것을 찾지 않았고, 숨을 쉬어도 아주 깊이 쉬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쉬지만, 진인은 발꿈치로 숨을 쉬었습니다. 외적 조건에 굴복한 사람은 그 목에서 나오는 말이 토하는 소리 같습니다. 여러 욕망에 깊이 탐닉한 사람은 하늘의 비밀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 중에서 발췌




진인은 깨어서 걱정이 없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잠자도 꿈꾸지 않는다는 것도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라기 보다는 명상의 경지와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면과 연관된 명상의 경지와 관련하여 몽중일여(夢中一如)와 숙면일여(熟眠一如)라는 표현을 쓴다. 몽중일여라는 것은 꿈꾸는 중에도 깨어있음을 뜻하며 숙면일여는 꿈 없는 깊은 잠에서조차 깨어있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수면 상태는 얕은 잠의 상태와 깊은 잠의 상태, 그리고 REM 수면 상태로 나뉜다. 수면주기에 따라 이 세가지 상태를 번갈아 드나드는데 각각이 일정 비율로 함께하면 건강한 수면이라고 본다. 자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면 눈은 감고 있지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태가 Rapid Eye Movement라 하여 꿈을 꾸는 REM 수면 상태이다.


보통 우리는 꿈 꾸면서 꿈속에서 경험하는 사건과 연관된 깊은 감정을 경험한다. 기뻐서 크게 웃기도 하고 슬퍼서 크게 울기도 한다. 근심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희망을 가지며 은근히 미소짓는다. 깨어있는 일상 생활에서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나지만 외적 표정으로는 참아야 하는 등 포커페이스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꿈 속에서는 감정에 솔직하다. 술프면 엉엉 큰소리 내서 울고 하하하 하고 웃어제낀다. 그야말로 솔직 담백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면을 비롯해 꿈이 가지는 순기능 중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다. 꿈을 꿈으로써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다. 또한 솔직한 자신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경험해본 사람도 있겠지만 꿈 속에서 어? 이거 꿈인데? 하고 알아차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보통 자각몽, 루시드드림 이라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꿈 속에서 꿈인 것을 자각한다고 하면 꿈 속 환경을 모두 마음대로 바꿔서 호의호식하는 사건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꿈 속에서도 주어진 환경적 조건 내에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거나 아니거나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이거 꿈이니까 그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자 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다만 그런 경우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죽기 전에 꿈에서 깨어날 것이다. 아니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 설정된 상태라면 마음껏 비행할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 비유하자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각성되지 않은 사람들은 완전히 주어진 조건에 수동적으로 종속된 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매트릭스에서 각성된 네오(주인공)는 매트릭스가 매트릭스임을 - 꿈이 꿈임을 - 안다. 모르는 것과 아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매트릭스 안에서의 현실 - 꿈속에서의 현실 - 을 완전히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대신에 특정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으면 해당 조건을 바꾸는 일이 가능해진다. 꿈에서도 그러한 꿈 속 세상의 조건이 갖춰진 상태라면 꿈 속의 다른 캐릭터들이 못하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꿈 속에서 깨어있음을 뜻하는 몽중일여는 자각몽과는 다르다. 몽중일여하는 상태에서는 꿈 속의 사건이나 자기 자신이라 여겨지는 인물 등을 바탕으로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 보통 꿈 속에서의 경험은 특정 사건에 빠져서 1인칭 시점으로 경험하게 된다. 울고 웃고 화내는 등 그렇게 경험하는 사건과 감정 속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기에 즐거움과 괴로움이 따른다. 그러나 몽중일여하게 되면 이런 사건과 인물 외부에서 전체를 조망한다. 분명 사건과 환경 내부의 인물의 희노애락 감정들을 살피기고 느끼기도 하지만 전지적인 관점에서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다. 감정적 흔들림이 없다. 그저 보기만 한다. 


명상의 단계가 깊어지면 이런 몽중일여와 같은 전지적 관찰자 시점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현시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의 몸을 포함한 현실을 머리 위 (약간 뒷쪽의 윗쪽 정도?)에서 내려다보듯이 보는데 감정적인 흔들림 없이 본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서 유체이탈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는데 그것과는 다른 상태다.


숙면일여의 상태는 어떠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도 경험해본 일이 없기에 뭐라고 설명하지 못하겠다. 혹시 다음 기회에 가능해지면 꼭 글로 남겨보리라 다짐해본다.


위의 본문에서 장자는 욕망에 깊이 탐닉한 사람은 하늘의 비밀을 헤아리지 못한다 하였다. 이는 붓다의 가르침에서 탐진치를 마음의 독이라 여기며 비우고 정화해야 할 대상으로 천명하는 바와 같다. 욕심과 화, 어리석음 중에서 첫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욕심(탐심)이다. 이것이 마음의 독성 중 가장 으뜸이 된다. 붓다의 가르침에 의하면 탐심이 발동하여 무엇인가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런 의도대로 되지 않으니 화가 뒤따른다고 하였다. 이런 모든 과정의 바탕에 어리석음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탐진치는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일단은 화를 먼저 수행의 주제로 삼아 없애도록 노력하라고 말씀을 주셨다. 왜냐하면 탐심은 아주 뿌리 깊고 질기지만 없애기가 쉽지 않고 화는 상대적으로 소멸하기는 쉬우나 그 부정적인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꿈은 깨어있는 일상심의 연장이다. 

붓다께서 정의한 여덟가지 기본적인 괴로움에 생로병사, 이별리고(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 원증회고(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 구부득고(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오온성고(몸과 마음의 존재 그 자체의 괴로움)이 존재한다. 우리같은 중생들에게는 일상 생활 속에서 반드시 크고 작은 의도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항상 구부득고의 괴로움에 걸려들게 된다.


의도의 사이즈가 큰데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괴로움이 따를 것이다. 사소한 의도이기에 미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작은 의도는 웬만해서는 그 세세한 괴로움을 잘 느끼지도 못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꿈 속에서 뒤죽박죽 엉켜서 나타나게 되고 어떻게든 재구성된 경험을 함으로써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그래서  REM 수면의 적정량이 정신적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요즘 대부분 하나씩은 차고 있는 스마트워치의 수면분석 기능을 살펴보면 이런 부분이 잘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옛날의 진인(眞人)은 잠자도 꿈꾸지 않고, 깨어나도 걱정이 없었다’ 고 장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심에서 의도가 없으므로 크든 작든 이루어지지 않아서 걸릴 것이 없다. 깨어나도 걱정이 없다. 필자가 쓴 장자 2편에서 [의도 없음은 깨달음으로 향한다] 고 쓴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찌되었거나 우리같은 재가수행자에게 의도가 제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깨달음으로 직행하는 티켓임을 알더라도 행하기 쉽지 않은 일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사실 출가하신 분들의 사는 모습을 보아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기는 하다. 재가자들의 조건 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바른 방향임에는 확실하기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엄청나게 멀고 험한 길이라 해도 지금 딛고 오르는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를 수 밖에 없다.


Stairway to heaven. 

지상에서 천국으로 계단을 하나 하나 밟고 오르자면 끝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도 않을 듯하다(108계단도 힘든데! ㅎㅎ).

너무 멀리 올려다 보면 당장 오르는 한 계단이 힘들어 죽을 것만 같이 느껴진다.

그러니 지금 밟고 오르는 계단에만 집중해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도착하지 않겠는가.

붓다께서 전해주신 바른 가르침이 있기에, 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기에.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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