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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Sep 23. 2024

[장자33] 대종사(6) 한 걸음의 놀라운 결과

물고기는 물에, 사람은 도에

[장자33] 대종사(6) 물고기는 물에, 사람은 도에 / 한 걸음의 놀라운 결과


물고기는 물에, 사람은 도에
   
  12. 샘이 말라 물고기가 모두 땅 위에 드러났습니다.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을 내어 적셔 주지만,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요(堯) 임금을 칭송하고 걸(傑) 왕을 비난하지만, 둘을 다 잊고 도(道)에서 변화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 중에서 발췌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역발상의 대가인 장자가 다시 등장했다!

근본적으로 원리를 간결하게 설명하는 노자와 달리, 이런 대목들이 바로 장자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반문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요임금과 걸왕은 중국 고대사에 해당되는 하 나라의 왕들이다. 요임금은 태평성대를 이끌어 칭송이 자자한 인물이다. 걸왕은 그에게서 비롯된 사자성어가 바로 그 유명한 주지육림이니 그에 대한 설명은 따로 덧붙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 아내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나) 나 오랜만에 SNS를 하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봤거든?

피드들을 쭉 내려보는데 여전히 싫은 느낌이 들더라고.

그런데 그게 왜 그런지 이제 확실히 알았어!


(아내) 왜 그런데?


(나) 나 원래 시장이나 축제 같은데 가는 거 엄청 싫어하는 거 알지?

사람 많아서 소란스럽고 옆에서는 시끄럽게 마이크 소리 울려대고 하는 거.

페이스북이 딱 그런 느낌이라서 싫은가 봐.



이와 비슷한 이유로 정치판에 대해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대선 때나 후보들 이력이나 정치 흐름 좀 보고 평소에는 관심을 잘 두지 않는 편이다. 타고난 태생적 취향이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치자면 초울트라 I 가 아닐까싶다. 그나마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상황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적응을 잘 하는 편이긴 하다. 소시적엔 노래를 잘해서 큰 축제 현장을 지나가다가 노래대회 무대에 즉흥적으로 올라가 노래하며 춤을 추며 참가하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MBTI 셋째 요소인 T와 F도 기본적으로는 T이지만 원래 IT쪽 엔지니어였던 직업에서 현재의 명상을 비롯해서 강의와 상담 등 인간 중심의 직업으로 옮겨오는 노력에 의해 F 성향이 크게 발달하기도 했다. 


필자가 노자에 대해 연재했던 글을 읽은 독자라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노자에 대한 글은 도(道)에 관한 내용과 현실의 정치에 관한 내용이 뒤섞여있다. 이 때문에 노자에 대한 글은 정치에 관한 내용이 들어간 편들은 완전히 제외한 글만 쓰게 되었었다. 


노자는 현실적 정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처세론을 펼쳤다. 그에 반해 장자는 현실의 정치세계를 (요즘말로 치면) 극혐하는 듯하다. 마지못해 세상일에 어쩔 수 없이 나선다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공자의 입을 빌려 살짝 언급하는 정도다. 덕분에 나는 마음 편히(?) 장자의 글들을 중간중간 빼먹지 않고 글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찌보면 장자는 내 성향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군더더기 같은 위의 몇 단락이 부연설명 되었으니 독자들에게는 용서를 바란다). 


‘...... 요(堯) 임금을 칭송하고 걸(傑) 왕을 비난하지만, 둘을 다 잊고 도(道)에서 변화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세상 사는 현실의 문제에 집착할수록 마음은 더더욱 번거로워진다. 마음이 번거로워질수록 도(道)와는 멀어지는 길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세 글자로 압축한 것을 계정혜 (계율, 선정/명상, 지혜/반야) 라 하여 세 가지 닦아야 할 항목으로 보는데 이 중 첫번째인 계목은 하지 말아야 할 일, 지켜야 할 일들로 구성된다. 보통 재가자들에게는 오계라 하여 살생, 거짓말, 음주, 절도, 삿된 음행을 금하지만 세세하게 깊이 들어가보면 춤과 음악을 즐기는 일을 금지하는 계목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굳이 이런 것까지 금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것은 명상과 관련이 있다.


앞에서 ‘마음이 번거로워진다’ 는 표현을 썼다. 기본적으로 크게는 오계는 물론이고  춤과 음악을 즐기는 등 모든 세세한 계목들은 마음을 번잡하게 만들기에 금하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는 잘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흔히 명상음악이라 불리는 잔잔한 음악이 어째서 마음을 번잡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그 반대가 아닌가? 명상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고요해지던데??


아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평상시의 마음이 너무나 거칠기에 그렇다고 느끼게 되는 일일 뿐이다. 

아, 물론 그것은 약간의 진실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느낀다면 당신의 평상시 마음이 얼마나 거친지를 보여주는 반증이 된다.


명상이 좀 진행되어서 기본적인 마음의 파장의 진폭이 크지 않다 - 어느 정도 잔잔해졌다고 가정해보라. 상대적으로 명상음악이라고 불리는 음악의 파장보다 당신의 마음이 더 고요하다면 그 어떤 음악을 들려주어도 그것은 마음을 흔드는 잡음이 된다. 마음이 번잡해진다. 명상음악이고 자시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이 백 번 낫다. 물론 빗소리, 계곡 물소리, 파도소리 등 대부분의 자연의 소리는 그 소리의 볼륨과는 상관 없이 마음을 번잡하게 흔들어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인위적인 소리 - 음악 - 에는 즐기는 마음이 실린다. 이 즐기는 마음은 계정혜에 상대적인 반대 요소인 탐진치 중에서 탐심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음악을 즐기지 말라는 붓다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영화도 보지 말고 음악도 듣지 말라고 억지로 말리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억지로 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음악이든 영화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억지로 참는다고 해서 참아지겠는가? 참는 것은 에너지를 억누르는 것이고 계속 억누르다 보면 언젠가는 폭발하게 되어 더 큰 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평소에 가능한 시간만큼 명상 수행을 해나가면 점차로 자신의 마음을 점점 더 세밀하게 살피고 느끼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정신 없이 즐기던 마음이 알아차리면 알아차릴수록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 장르로 치자면 헤비메탈이나 하드락에서 팝과 가요로, 그리고 명상음악으로 듣는 성향이 바뀔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음악이란 것을 듣는 것 자체가 마음을 번거롭게 함을 알아차리게 된다. 물론 다소간의 시간, 세월은 필요하겠지만...


이 장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도와 하나 됨’ 이라는 표현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도와 하나되려는 의도는 버려야 한다.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하지만 얼마든지 도와 가까워지고자 하는 의도는 괜찮다.

그저 지금 현재의 자신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단지 ‘한 걸음’ 을 나아가면 된다.


기억하라.

‘한 걸음’ 이다.

우리말 ‘한’ 에는 이미 그토록 반복해서 강조해온 ‘하나’ 라는 의미와 ‘크다’ 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니 한 걸음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된다.

한 걸음을 우습게 보는 마음은 욕심일 뿐이니.


이 생의 하루하루 매일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  얼마나 큰 ‘한걸음’ 이 되겠는가!

그리고 또 다음의 생에는!


모두가 지금, 오늘의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된다.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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