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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더스 Jun 06. 2022

캐나다에서 몸소 체감하는 것들

나다, 단풍국, 갓나다... 일상이나 커뮤니티에서 뭉뚱그려 말하는 ‘선진국’의 한 종류인 캐나다에 대해 우리는 과거보다는 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곳에 살면서 때때로 ‘아 이 정도까지!’라거나 ‘아 이런 성향이 있구나’같이 짧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 이번 글은 그런 순간순간을 모아 봤으니, '그런 생각도 했구나’ 혹은 ‘어? 이쪽은 안 그러던데 네가 사는 곳만 그러는 거 아냐?’ 정도의 반응을 지참하시고 읽어주시면 되겠다.


정말로 외국의 일 강도가 낮을까?

사실 주52시간제 시행이 자리잡고 하필 코로나까지 터졌을 때 사회에 첫발을 디뎠던 나는 일 강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대신 집안일을 도와드릴 때마다 엄마가 ‘미국에서는 더 성실한 한국사원을 뽑으려고 한다더라’하는 말을 종종 하셨고, 일상에서도 ‘회식과 야근이 없는 외국’에 관해 자주 들어왔다. 그리고 현재, 이곳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이곳의 점심시간은 30분. 샌드위치 먹으면 후딱 간다. 


이곳에서는 점심시간 30분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한다. 도시락을 먹고 나면 양치도 버거운 휴식이라 종일 일하고 휴일은 노는 여타 워홀러들이 신기할 지경. 게다가 군말 없이, 심지어는 이 직장이 사랑스럽다는 투로 일하는 동료들. 휴일에는 별 계획 없이 집안일로 시간을 보낸다고. 그렇다면 외국에 대한 환상은 환상일 뿐일까?

글쎄... 단정할 순 없다. 이곳에 사는 지인이 해준 말. your coworker is not your friend. 그렇다, 굳이 회식 권유 등을 남에게 하지 않는다. 동료 J양과는 퇴근 후 같은 버스에서 말조차 안 거는 사이. 즉, 일의 강도가 다르다기보단 인간 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D양이 해준 이야기. 그녀의 예전 직장 매니저가 그녀와 그녀 친구 둘 중 한 명은 꼭 보조매니저로 승진해야 한다고 협박한 일이 있었다고. 승진이라면 눈 번쩍 뜨이는 코리안이지만 그들은 달랐다. 더 큰 책임을 지기 싫어 서로에게 떠넘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더라.


여기가 west coast고, 예술가 기질들이 모여있어서 열심히 안 일할수도 있는데, north west는 더 심해~ 내가 거기 호텔에서 일할 때 청소는 안하고 뉴스보고 있으니까 오너가 와서 왜 일 안하냐고 하더라고. 사장인줄 몰랐지 뭐야. Not your business(간섭하지마)라고 하니까 ‘그래, 멍청한 드라마 보는 것보단 낫지...’하고 가버렸어. 다음날 매니저가 그 사람 오너라고 알려주더라니까~   


그렇다. 모든 일은 사람마다, 장소마다 다른 법.


'CBC는 정말 편파적인가?' 출처: policyoptions.irpp.org


뉴스에 관한 말말말

영어를 어느 정도 하려면 반드시 추천하는 매체, 뉴스. 아주 야심만만했던 초창기 영어공부 좀 해보려는 마음에 동료들에게 뉴스 추천을 요청했다. 우리라면 그냥저냥 신문 이름이나 M..S..K본부 등이 나올 대답에 모두가 싱거운 답을 내놓는다.


“음, 나는 뉴스를 보는 대신 인터넷을 봐. 때로는 유튜브가 더 맞는 말을 할 때가 있지. 너도 알지... 보통 뉴스같은 건 조작이 가능하거든! 돈과 권력 말이야.”

“어머...나는 아예 안 본단다. (그럼 가장 큰 방송사는요?) 캐나다에선 보통 CBC가 있지만 정부가 많은 압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해. 따져보면 아주 중립적인 뉴스란 존재하지 않지.”

“나는 뉴스를 추천할 수 없어. 모든 뉴스가 각 정치색으로 편파적이기 때문이야.”


그렇게 터덜터덜 돌아간 나는 그냥 CBC를 구독했다. 뉴스의 편파성, 누가 모를까. 기울어진 사실이라도 아는 게 좋다는 신조인 나로선 얼마나 이곳 사람들이 조심하고 사는지 깨달을 때마다 신기하면서도 평화와 답답함을 동시에 느끼곤 한다.


마초마초맨

조금 철 없고 짧은 이야기. 또래인 J가 처음 들어왔을 땐 심심하면서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래선 안 되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 중 하나 장난으로 던진 질문. 너 대마초 한 적 있어?


응. 몇 년 전에 가끔. 친구랑.


어?! 어어... J양은 매우 침착하고 성실하며 학구적인 모범생이다. 어지간한 탈선 없이 산 나로서도 혀를 내두르는 그녀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대답. 내가 깜짝 놀라자 그녀도 놀란다. “아니... 불법도 아니고 담배보다 중독성도 약한데다가 마음을 진정시켜줘...” 그렇다. 대마초는 합법인 캐나다. 자주 가는 마켓 근처엔 아예 그램수로 파는 곳까지 있다. 취업이 힘든 시대, 언제 공무원을 준비할지 모르는 청춘이라 그쪽으론 기웃거리지도 않지만 정말 이곳에선 대마초가 코 앞에 있는 느낌. 

다만 사람들의 후기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길거리에서 대마초 냄새를 맡아본 적은 아직 없다. 모두 집 안에서 돌돌 말아 피우고 있는 건지...


이번 달 도서관 추천도서
PRIDE

LGBT친화적이기로 유명한 캐나다. 그런데 그 정도는 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곧 프라이드 페스티벌이 다가온다며 신이 나선 무지개색 기념품을 진열하시던 사장님. 프라이드는 언제냐고 물어보니 거의 한달 내내 진행한단다. 축제의 규모에 깜짝 놀라 J양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당연히 매일 하는 건 아니고 회사들의 상술이라고 아니 너 그런 회사에 있잖아 지금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이곳의 도서관, 가게, 서점을 갈 때마다 프라이드에 관한 책들, 물건들, 포스터들을 심상찮게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아는 LGBT뿐만 아니라 LGBTQ라고 해서 젠더플루이드, 에이섹슈얼, 젠더퀴어, 팬젠더 등 용어도 다양. 여러 세대가 섞인 우리 가게인 만큼 어릴수록 지지도도 강해진다. 다만 방심하지 마시길.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 중에서도 가치관이 완전히 다를 수 있으니. 친해질수록 더 솔직해지더라


비건? 베지테리언?

여기서는 심상찮게 들을 수 있는 단어, 베지테리언. 처음엔 그럼 너 비건이야?라고 반문하던 나도 이제는 두 개가 다른 개념인지 안다. D양은 페스코테리언, J양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전자는 생선류까지, 후자는 가축 부산물까지만 먹는다. 물론 아직도 헷갈려 두 용어를 혼동 사용한다만... 그러고보니 사장님도 과거에 완전한 비건이셨다고. 철분 문제로 현재는 그만두셨다는데, 이런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즉, 이 곳 여덟 명의 캐내디언 중 비건이 세 명인 셈.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만큼 불편하진 않다. 이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베지터리안이 살기 훨씬 편하다고. 하기사 어딜 가도 야채가 널려 있다. 그러니 이 곳에서 처음 친해진 친구가 채식주의자라고 해도 너무 놀라지 마시길.나만 놀랐을 수도...또.. 나만 그랬을 수도...

채식주의가 보편적인 곳의 장점. 샐러드가 맛있다. 사진은 내 인생 최고의 샐러드(고기가 있지만)


따지고 보면

눈치채셨는가.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것. 바로 politic. 동료들끼리 농담을 나눌 때도 말 한 마디를 조심하는 곳인데 간단한 일상생활의 선택이 폴리티컬하지 않을 리 없다. 다만 오해 금물. 한국보다 이곳이 더 불편하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한 번 수다를 떨면 여러모로(...) 주체할 수 없는 성격이라 입 열 때마다 머리에 힘 주고 살아가는 매일매일 그다지 거추장스러운 느낌을 받지 못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내가 남을 존중하는 만큼 나도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 게다가 가까운 사이엔 농담도 자주 한다. D양과 나의 최근 대화.

 

"요즘 성서 모임 주최자가 격주로 바뀌는데, 그 사람 조금 군인식이야. 그래서 격주로 안 가고 있어. 이미 눈치 채서 날 조금 꺼릴지도 (웃음)"

"하하, 네가 조금 unpolitical한 이야기 할 때마다 웃기더라. 그래서 그 사람 싫어?"

"헤이 K. 나 그 사람 싫지 않아. 그냥 ‘그 사람의 어떠한 특성이 나와 맞지 않다’고 느껴(스탠드업 코미디언 같은 제스처)" (일동 폭소)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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