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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Jan 22. 2024

누룽지 맛있게 먹는 법

토독토독 오독오독 바삭바삭

아이와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니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나를 반기고 있네요. 무려 4일 전에 도정한 2023년 햅쌀 10kg 이 현미와 서리태콩을 거느리고 팬트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누룽지를 맘껏 만들어 볼 생각부터 듭니다. 물가 고공행진에 쌀도 아껴먹고 있었는데 우렁어머님의 선물로 며느리 밥 한솥 지어 보겠습니다.


누룽지를 만들기 위한 밥은 물량을 조금 더 넣어서 쾌속이 아닌 일반으로 쿠쿠~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바로 꺼내지 말고 10분 정도 후에 꺼내세요.

10분 동안 누룽지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청결!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 셋째도 청결이니 손을 정말 꼼꼼히 닦아 주세요. 손가락, 손바닥, 손날, 손등까지 빠짐없이 닦습니다.


준비물

- 밥 (갓 지은 밥 추천)
- 오븐 또는 에어프라이 용기
- 종이포일
- 넓적한 프라이팬
- 손이 들어가는 볼
- 식수 500ml


밥은 기존에 만들어 놓은 밥도 괜찮지만 갓 지은 밥으로 하면 더 맛있으니 오늘 밥이 많이 됐다 싶은 날은 누룽지 만드는 날이에요. 참고로 저희 엄마는 남은 밥으로도 맛난 누룽지를 만드시는 누룽지 인생 50년 고수입니다.

볼에 식수를 담아서 손 전체가 잠길 수 있게 준비합니다.

자! 마지막으로 손 한번 더 닦으실까요?




1. 오븐이나 에어프라이 이용하기

집에 오븐만 있는 관계로 오븐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동생의 경우는 에어프라이로 만들고 있고 만드는 방법은 동일해요. 오븐 용기에 종이 포일을 깔고 밥을 올려놓습니다. 첫판에는 3 주걱을 펐는데 밥양이 좀 많이서 두 번째 판에는 크게 한 주걱을 푸니 딱 좋았습니다.

사진을 클릭해서 보면 오른쪽이 결코 적은 밥양은 아니예요.

손에 물기를 묻힌 후 밥을 펴줍니다.

물기 묻히기 싫다 싶은 분이 계시다면 그냥 도 되지만 밥알이 손에 달라붙을 거예요. 비닐장갑이나 니트릴 장갑을 도 되는데 저는 맨손으로 할 때가 더 잘되더라고요. 하다 보면 본인한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얇게 눌러줄수록 맛있고 바삭 고소한 누룽지를 만날 수 있으니 꾹 꾹 누르며 밥을 펼쳐줍니다. 손가락, 손바닥, 주먹을 이용해서 마구 눌러주세요.

드디어 밥으로 부침개 자태를 만들었으면 오븐에 넣고 200도 20분 예열을 해줍니다. 180도 20분도 괜찮아요.

저는 욕심내서 오븐 위아래로 했더니 위칸만 되고 아랫칸은 안 돼서 따로 한번 더 돌려줬습니다.

 

2. 프라이팬 이용하기

웍보다는 넓적한 프라이팬이 누르기도 만들기도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밥을 퍼서 열심히 눌러줍니다. 프라이팬에 밥알이 압착되는 게 느껴질 거예요. 그대로 타버릴까 걱정되시죠? 걱정하지 마세요. 맛난 누룽지 먹을 수 있습니다!

열심히 누른 누룽지 구워볼까요? 중요한 거는 무조건 약불입니다. 저는 인덕션을 사용 중이라 2로 놓고 구웠습니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3 이상 하면 타더라고요. 가스레인지의 경우, 본인이 할 수 있는 불 조절 중 제일 약한 불로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올려놓고 기다리다 보면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요. 꼬르륵 배고프다는 소리 말고요.

타닥타닥
 

누룽지 익어가는 소리입니다. 얼마나 정겹고 구수한 소리인지 그 소리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걸 보면 누룽지는 소리로 먹는 음식인가 봅니다.

눌린 밥의 하얀색이 점점 노릿 노릿 누룽지 색을 띠면서 촉촉했던 수분이 날아가고 바삭함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마법이 일어나는 시간! 프라이팬에서 누룽지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억지로 떼어내지 않아도 잘 구워진 누룽지가 프라이팬과 작별을 고하고 내 입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 구워진 후 미처 떨어지지 못한 누룽지를 손톱으로 건드려주면 토톡 하고 떨어지니 절대 억지로 미리 떼어내려 하지 마세요.


3. 밥솥에 눌어붙은 누룽지 이용하기

저희 쿠쿠는 밥을 지으면 바닥에 누룽지인 듯 누룽지 아닌듯한 정체 모를 밥이 있어요. 그래서 평소에는 밥이 완성되자마자 섞어주지만 누룽지를 만드는 날은 10분 정도 후숙한다 생각하고 두면 좀 더 누르스름해지더라고요. 이제 밥솥에서 밥과 누룽지를 잘 분리해 줍니다. 누룽지에 붙은 밥을 너무 잘 떼어내기보다는 밥이 많이 묻어 있는 누룽지로 분리하기를 추천합니다.

종이포일 같이 돌리면 불납니다! 사진 찍으려고 깔은 거예요.

그렇게 분리된 누룽지를 전자레인지 용기에 올립니다. 그리고 5분 돌려준 후, 상태를 봐가며 추가로 더 돌려줍니다. 저는 오븐 겸용 전자레인지로 좀 약한 편이라 10분을 돌려주었습니다. 전자레인지 돌릴 때 종이포일 같이 돌리면 안 됩니다.


짜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누룽지는 바로 이 누룽지입니다!

혼자 먹으려 했는데 결국 아이가 다 먹고 더 해달라고 해서 또 돌렸어요. 아이도 이 누룽지가 제일 좋다네요!

바삭함과 쫄깃함이 함께 있는 누룽지. 겉바속촉 그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입 먹어보면 '뭐야 평범하네'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우유 한잔! 이렇게 먹으면 하루 종일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몇 번 돌려 먹으니 밥솥의 누룽지를 다 먹었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프라이팬에 밥을 두껍게 펼치고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약불로 구워주세요. 타닥타닥 소리는 나지만 윗부분의 수분이 유지되는 그때를 놓치면 안 돼요. 아! 놓쳐도 돼요. 누룽밥을 하면 되니까요.


4. 누룽밥이 빠질 수 없죠

손 큰 여자 오늘도 누룽지를 너무 많이 만들었나 봐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 입맛 없을 때마다 해주는 게 누룽밥입니다. 남은 누룽지를 소분해서 바로 먹을 거는 냉장고에, 두고 먹을 거는 냉동실에 잘 넣어줍니다. 그리고 입맛 없어하는 그날, 밥 하기 싫은 그날, 반찬이 별로 없는 그날, 물과 함께 넣고 끓여주면 됩니다.

아침 입맛없는 아이 오늘 아침 밥은 누룽밥이예요.


5. 맘카페 이용하기

누룽지 만들어 먹기 너무 귀찮은데 먹고 싶으신 분들! 맘카페에 누룽지 검색해 보시면 웬만하면 누룽지 맛집 정보 나옵니다. 근데 없다! 그럼 물어보면 돼요~ "누룽지가 먹고 싶은데 맛있는 누룽지 파는 곳 아시나요?" 뭐 대충 이런 워딩 들어가면 되겠습니다.


우리 집 최애 간식이자 술안주 누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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