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자존감을 채워주지 않는다

#7 우리가 여행에서 얻어야 할 것

ⓒ title illustration by freepik.


최근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친구가 여행가는 것을 부러워하고,

서로 갔다온 여행지를 비교하거나 여행 횟수를 비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정상 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는

은근히 소외를 받기도 한다는 이야기였다.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건데

친구가 좋은 것을 갖고 있으면 부러워했던 적은 있다

그러나 그 부러운 마음 때문에

내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의 어린이들(일부일 수도 있다)이

여행 때문에 이런 소외감을 느껴야 한다니

그러나 이 문제가 비단 어린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된다.






여행지에서의 인생샷


우리는 좋은 곳에 가면 너무 행복한 마음에

그 곳을 평생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어떤 장소에서는 장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기대감에 들떠

'인생샷을 남기고 말테다'라는 각오로 그 장소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여행을 가는 것은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이기에

우리는 특히 여행지에서 인생샷을 찍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내심 사진을 올리면서
'이렇게 행복한 나'를 자랑 하고싶기도 하다



어쩌면 여행을 가는 사람들 중 아주 일부는

'행복한 나'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인생샷을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훨씬 으쓱해하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내 삶이 괜찮다고' 위안한다.


그러나 여행사진을 올리지 못하면 그 관심은 금새 줄어들 것이다

그 때 나의 자존감은 좋아요 수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줄어 든다.

이를 지켜볼 수 없는 사람은 더 많은 관심을 받고자 더욱 이색적인 여행지를 찾아 떠난다


그러나 이렇게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작 엉망진창으로 되어버린 일상을 만나게 된다.

'떠나기 위해 일하는'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 일상은 여행을 가기 위한 수단이지, 삶의 일부가 아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여행지가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일상속에서

느끼고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때 느낀 자존감의 상승은 거짓인 경우가 많다.






여행이 행복이라는 생각


일상을 떠나는 것만으로 물론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은 도처에 있고 여행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여행을 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여행지에서 낯선 것을 쉽게 받아들이려는 내 열린 마음이

사소한 것도 주의깊게 보는 내 눈이

행복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여행을 가는 젊은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서도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노년의 행복보다 지금의 행복이 더 가치가 크기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위해 대출을 받아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여행은 그 자체로 행복이 아니고

행복은 지금도 노년이 된 이후에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시절에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좋다고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려한 여행지는 일시적으로 행복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마치 잠시 맞는 진통제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지에 있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낄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의 극히 즐거운 일상과 화려한 생활로 인해

돌아온 일상에서 더욱 허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통제를 자꾸 맞을 수록 기쁨에 무뎌진다.

그리고 기쁨을 찾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러니 여행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의심해보자

여행을 가서 받게 되는 부러움과

여행지의 낭만, 화려함을 행복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지.


일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야 말고

여행을 가서도 더욱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여행과 자존감


여행이 행복이 아니고,

여행으로 얻는 부러움이 결국은 허무함의 대상이 된다면

여행은 결코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주지도 못한다.


헤르만 헤세는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에세이집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행의 시작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에 있다.

여행의 시학은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체험에, 다시 말해 더욱 풍요로워지는데에, 새로 획득한 것의 유기적 편입에,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 이해의 증진에,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 있다 ."


즉, 고된 일상에서 도피한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가기보다는

더욱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자

여행을 가기 위해 살고 먹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일하고, 더 즐겁게 살기 위해

여행을 가자는 것이다.


여행에서의 삶을 동경하기보다 일상을 소중히 할 때

우리는 여행으로부터 풍요로움을 얻어 돌아와

일상을 다시 살아가면서 삶의 소중함과

스스로에 대한 존중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두려움에서 즐거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