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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Feb 28. 2024

[e] 청춘이라는 시절에 정작 나는 없었다.®  

■ 장미 한 송이로도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다. 


그래, 어쩌면. 

그 순간마다 난 조금씩.. 

나를 잃어버렸던 건지도 몰라... 





# Scene <키즈리턴. 1996>

선배 : 훅이 쓸만한데... 이런 것도 해봐.

          팔꿈치 치기야 효과 만점이지.

          반칙이지만 해볼 만해.



# Scene <키즈리턴. 1996>

선배 : 마셔.

신지 : 못 마셔요.

선배 : 마시라니까.

신지 : 술 담배는 금물이잖아요.

선배 : 상관없어. 일단 마시고 나중에 토하면 돼

          복서도 모델과 마찬가지야. 일단 먹고 토하는 거야.


선배 : 안 마셔?

신지 : 곧 시합이라서

선배 : 강자는 항상 강자야. 너무 고지식하게 굴지 마.

         술 끊는다고 약한 놈이 강해지냐? 강한 놈은 늘 강해. 먹어. 토하면 돼.



# Scene <키즈리턴. 1996>

관장 : 상대가 나오면 발을 밟아.

          상황이 불리해지면 팔이든 머리든 뭐든 사용해.


# Scene <키즈리턴. 1996>

코치 : 네가 먼저 발을 밟았어야지

          심판이 안 볼 때 팔꿈치로 치고 불리해지면 껴안아



# Scene <키즈리턴. 1996>

상사 : 몇백 대씩 파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밥값은 해야지!

          밥버러지들 같으니, 창피하지도 않냐?



https// :  청춘이라는 시절에 정작 나는 없었다. com 


아이는 태어나는 동시에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는 웃는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 소년은 따라 읽는다. 친구가 가면 강남이든 어디든지 상관없이 따라간다. 우리가 가장 빨리 배우는 것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할 수 있다 “ 의지를 높일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을 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아진다.

 

나는 어리석은 아이였지만, 나쁜 아이는 아이였다. 방향을 설정하는데 한없이 연약했을 뿐. 속도는 그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선로를 벗어난 끝자락에 도착한 곳에는 자유와 쾌락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세계의 하늘에는 북극성이 보이지 않았다. 신뢰할 만한 어른이 없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올바른지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뒷걸음치기에 바빴는지 모른다. 내가 그곳에서 보고 배운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 아니라 더럽게 생존하는 법이었으니까." 

 

내 곁에는 항상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 가거나 뺏어가거나 이용하려는 놈들이 바퀴벌레처럼 득실득실거렸어. 그들의 입은 모든 것이 나를 위한 방향이라고 지껄이면서 손가락의 끝은 항상 내가 아닌 자신을 향해 있었지.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찰나의 빛이라도 비칠 때 드러나는 <겨우 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그림자까지 먹혀버린 것과 다르지 않았어. 그래, 어쩌면... 그 순간마다 난 조금씩 나를 잃어버렸던 건지도 몰라. "그랬다. 청춘이라는 시절에 정작 나는 없었다." 



https// : 청춘에 남겨진 그 아이는 혼자였다. com


끼리는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그 자리로 아이들이 모인다. 그다음이 되면 자연스레 아지트가 만들어진다. 그곳은 소음처럼 들리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막아준다. 그리고 하는 거라곤 규칙 & 규율이라는 ”넘지 마세요 “ 적혀 있는 창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것.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숨쉬기 방법. 그렇게 그 짓을 매일 반복하는 것.

 

그들은 꼭 후회할 짓만 골라서 한다. 어쩌면 자신이 불나방으로 태어났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죽을 것을 알면서도 불속으로 뛰어드는 게 유일한 삶의 목적인 것처럼. 자신을 나쁘게 할수록 느껴지는 고통에서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라 믿었는지 모른다. 그들이 앞에서 보기에 그저,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이 유일한 자유를 얻을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지 못했다. 그것이 동시에 자신을 잃어가는 길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학교라는 붕괴된 시스템, 여전히 매해 가 되면 폐허가 돼버린 공간으로 아이들이 발을 딛는다. 규칙을 잘 따르는 아이들을 활용하고 규율에서 벗어나는 아이들을 몰아세우며 끝자락에 밀어내어 끝내 절벽으로 아이들은 내친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한마음으로 비는 하나의 소원은 그저 일찍 어른이 되고픈 마음뿐이다. 불합리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건 "적응"이지만 숨 막히는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건 "탈출" 뿐이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은 목적에는 청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숨 막히는 환경에서 자유롭기 위함이다

 

그들은 겉으로 강한 척하는 것에 부단히 도 애를 쓰지만 속으로는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불안에 벌벌 떨고 있다. 그렇게 자신을 마주하는 추위를 반복하는 혹독한 겨울이라는 계절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가장 잘하는 건 그걸 내색하지 않는 일.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배웠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잡아먹힌다는 것을..."대부분의 비행 청소년들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애써 길바닥의 삶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현실이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어 궁지에 몰린 것이다. "청춘에 남겨진 그 아이는 혼자였다. 어제는 그때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https// : 누군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로도 아름다운 정원이 될 수 있다. com


하와이 군도 북서쪽 끝에 있는 작은 카우아이 섬. <쥐라기 공원>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섬은 한때 지옥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다수의 주민이 범죄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였고 청소년들은 그런 어른들을 보고 배우며 똑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카우아이 섬의 종단연구'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1955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이 30세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매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습니다. 많은 학자의 예상은 이러했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에 잘 적응하지 못해 비행청소년이 되거나 범죄자, 중독자의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는 833명 중, 고아나 범죄자의 자녀 등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201명을 따로 정해 그들의 성장과정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등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보다 더 모범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에미 워너 교수는 이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 믿어주고, 공감해 주고,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

 

잘 자란 아이들 주변에서 어김없이 발견된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와 사랑을 베푸는 어른이 최소 한 명은 있었다 [의지할 수 없는 부모 대신 조부모, 친척, 성직자, 선생님 등이 그 역할을 해 주었다.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가 <회복탄력성 : 어떠한 환경과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 "삶의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힘의 원동력이 되는 속성이 되는 것이다" < 회복 탄력성, 김주환 >



데인저 :  물어볼 게 있는 데 좀 엉뚱한 거라서...

스크랩<코치> : 엉뚱한 거면 어때서


데인저 : 이 작은 구명으로 어떻게 얼음을 넣었죠.? 계속 생각해 봤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스크랩<코치> : 가자. 직접 보여 줄게.


데인저 : 정말요? 정말이에요?

스크랩<코치> : 아무렴.


데인저 : 그리고 전 시합에 나가면 안 될까요?

스크랩<코치> : 되고 말고.   - Million Dollar Baby -




누군가에게는 장미 한 송이로도 정원이 될 수 있듯이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믿어주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리고 있었다면 그들은 타인이 준 상처에 스스로 상처를 더해 흉터를 만든 짓거리는 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테고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아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애써,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짓거리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로, 어른들에게 그저 반항으로 여겨졌던 아이들의 목소리와 몸짓 속에는...

 

외딴길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 

불안과 슬픔이 뒤섞여 울컥거리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아니었을까?!...


혼자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구덩이 속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잡아달라고 외치는 구원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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