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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진 Nov 05. 2023

운동의 효과

그동안 전전했던 여러 가지 운동 경험담을 적는다.


운동을 해야 했던 계기는, 안 하고 있으면 허리든 무릎이든 정신상태든 하여튼 어딘가가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운동을 하면 괜찮아졌다. 건강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현대인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요가와 필라테스, 맨몸으로 하는 매트운동이었다. 취직 후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으니 허리가 아파져서 시작했다. 퇴근길 지하철역 앞에 요가원이 있었다. 통창 너머로 플라잉요가 해먹이 잔뜩 걸려있어 눈길을 끄는 곳이었다.


내가 다녔던 곳은 앱으로 매주 미리 원하는 수업을 예약하는 방식이었다. 매번 예약을 하는 게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체험해 본 바로는 매주 개인 일정에 따라 시간대와 요일을 자유롭게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편리했다. 듣고 싶은 수업 예약이 이미 찼더라도 대기를 걸어두면 결국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회원권을 이용했다. 이용 횟수가 클수록 회당 수업료도 저렴해지는 방식이기는 했지만, 가벼운 목표를 세우는 쪽이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는데, 자주 안 가는 대신 결석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몸의 변화는 더디게 느껴졌다. 마치 외국어 공부 같았다. 언제쯤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득해지는 심정과 비슷했다. 몸이 나무 장작처럼 뻣뻣하게 느껴졌다. 요가가 왜 고대부터 이어진 정신수련법인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몸을 괴롭히니까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겨를이 없어서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겠거니.


그러나 여러 달이 지나자, 놀랍게도 같은 동작을 할 때 전보다 더 유연해지고 가뿐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작지만 경이로운 몸의 변화를 체감한 것이다. 지금은 다시 해보라면 아마 처음 시작하던 무렵만도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걸 상상하면 잠깐 허무함이 밀려온다.


요가원을 그만두게 된 것은 코로나 대유행 때문이었다. 매번 살갑게 인사를 나누던 매니저가 그 무렵 다른 지점으로 가버려서 그 공간이 어쩐지 서먹하게 느껴진 것도 한몫했다.


이때부터는 한동안 유튜브가 운동 코치가 되어주었다. 거실에서 여러 가지 홈트 영상을 따라 하면서 부족해진 신체활동을 늘렸다. 엄마와 동생을 꼬드겨서 같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 세 명이 양팔을 벌려 움직이기에는 거실이 좁았던 탓에, 한 사람은 부엌이나 방으로 삐져 나가서 멀찍이서 동참해야 했다. 손뼉을 마주치는 동작이 되면 박자에 맞춰 집안 여기저기서 힘껏 짝짝 박수를 쳐대는 소리가 아파트 현관을 넘어 복도까지 울릴 기세였다. 노래도 함성도 없이 박수소리만 울려 퍼지니 이웃들에게 얼마나 수상하게 들렸을까?


사이비 종교단체의 기도회 같았던 홈트도 몇 달이 지나니 슬슬 시들해졌다. 코로나 유행은 좀체 끝날 기미가 없었다.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회사 외에는 평일에도 휴일에도 거의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대상포진에 걸렸고, 허리는 갑자기 삐끗한 것처럼 아파서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이때 시작한 게 걷기 운동이었다. 허리가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할만한 운동 중 하나가, 한 번에 쉬지 않고 40분 이상을 가볍게 걷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 동네 한 바퀴를 멀리 돌아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엄마와 동생이 함께 길을 따라나서주었다. 그렇게 꼬박 한 달을 걷자 몸이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걷기 위해 걷는다는 것은 다소 심심한 일이다. 묘하게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달리기나 다른 운동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아니고, 전화 통화나 음악 감상 등 다른 일을 적당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사실상 썩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자전거도 피하고 횡단보도도 건너야 하니까 말이다. 운동 효과를 최우선 목적으로 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으려면, 옆에서 재잘거리며 같이 걷는 사람이 있는 게 좋았다.


허리가 괜찮아진 후에는 달리기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나처럼 운동과 영 거리가 멀었던 친구가 앱을 활용해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여전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나도 마스크를 쓰고 운동장을 돌며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러닝화를 구비하지 않아서였을까, 정강이가 아파서 얼마 못 가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에 달리기를 대체할 무언가를 찾다가 눈을 돌렸던 게 수영이었다. 운이 좋게도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수영장이 있었다. 시설은 오래됐지만 수업료가 저렴했다. 평일 저녁반 강습은 주 4회였고, 일요일을 제외하고 강습이 없는 나머지 요일에는 자유수영을 할 수도 있었다. 즉, 의지만 굳건하다면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수영을 갈 수 있는 엄청난 곳이었다.


일주일에 두 번만 가도 성공이라는 마음으로 초급반에 등록했다. 결과적으로 보통 일주일에 세 번 갔다. 네 번을 채울 때도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다녔던 셈이다. 그 무렵 회사에서 일이 워낙 많아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헐레벌떡 퇴근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수영을, 정확히는 어설프게나마 헤엄을 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의욕과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비실했던 어깨와 팔뚝도 조금은 탄탄해졌고.


물속 세상을 모른다는 건 세상을 절반밖에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동감한다. 처음에는 물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는 데 의의가 있었다면, 나중에는 물안경을 끼고 수면 아래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이 작은 설렘을 주었다. 비록 맑고 너른 바다가 아니라 작고 얕은 수영장에 불과했지만, 물속에 머리를 담그고 앞을 내다볼 때면 그때까지 몰랐던 다른 차원의 문으로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열심히 다니던 수영은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가을이 되면서부터 수영장만 다녀오면 온 얼굴이 빨갛게 뒤집어졌기 때문이었다. 연고를 바르면서 버티다가 결국 포기했다.


동네 요가원과 수영장을 다니면서, 이따금 길을 건너거나 장을 볼 때 하나둘 눈에 익은 얼굴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겉으로는 인사를 못하고 속으로만 아는 척을 했다. 행여나 나도 누군가가 알아볼 수도 있으니 너무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지는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물론 그런 다짐은 딱 그때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비슷한 이유로, 행여나 아는 사람과 탈의실이나 샤워실에서 마주치기가 두려워서 안 가고 있었던 게 바로 회사 피트니스 센터였다. 몇 달 전부터 드디어 다니고 있다.


어딘가에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 겪는 스트레스도 운동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인지도 모르겠다. 사물함도 신청하고, 운동화도 사고, 낯선 시설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그 사이에서의 효율적인 동선과 시간을 생각해보기도 하는, 그 모든 사소한 진입장벽을 뚫는 일에서 오는 필연적이고 긍정적인 스트레스말이다.


이번에 가장 신경을 썼던 일은 운동화 구입이었다. 예전에 정강이가 아파서 달리기를 포기했던 만큼, 러닝화 고르는 방법을 검색하며 몇 가지 후보를 고르고 추렸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고민해서 장만한 신발을 신고 러닝머신을 달리자 신기하게도 통증이 거의 없었다. 조금이라도 달려보니 비루한 체력이 약간이나마 좋아지는 기분이다. 예전보다 퇴근 후 저녁에 덜 피곤한 것 같다.


한두 번 시도해 보고 흥미를 잃었던 스포츠도 있었다. 나에게는 골프와 승마였다. 골프는 필요한 장비가 너무 많아 보이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작은 공을 기다란 막대 끄트머리로 치는 일 자체가 성미에 안 맞았다. 승마는 처음 보는 말한테 얕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다. 덩치가 산만한 말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안쓰러워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간단히 그만두었다. 나중에 다시 할 계기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피트니스 센터는 이번에도 일주일에 두 번을 목표로 다닌다. 사실 이런저런 핑계로 하루만 갈 때도 있다. 회사 사람들에게는 몸짱이 되는 게 아니라 몸져눕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러다가 나중에 또 다른 운동에 도전할지도 모른다. 물론 하다가 그만두고, 하다가 또 그만두고, 뭐 하나 진득하게 해온 것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다음 주에도 운동 가야지. 몸져눕지 않을 만큼만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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