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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NIRVANA Sep 22. 2016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모두가 실수를 해

날이 좋아 집을 나섰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걸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처음 와보는 낯선 곳에 이르렀어.
돌아가야 하나 망설이는데,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에 그만 이끌리고 만 거야.


어느 샌가 걸음을 옮기고 있어.
꽃향기가 어디서 흘러오는지 알고 싶어
정신없이 걷고나중에는 조바심에 뛰어갔다.
한참을 들어가니 화원이 나왔어.
당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화원이야.
꽃이 시들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어.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멀리 온 거야.
그때서야 길을 잃었음을 깨달았어.
지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가지고 있지 않아.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리란 두려움이 생겨버렸어.


그렇게 울고 불며 헤매고 또 헤매다가
지치고 탈진한 몸으로 겨우 귀가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앓아 누웠어.
그러면서 자책할지도 몰라.
왜 어리석게 낯선 곳에 발을 들여 미아가 됐나.
지도라도 챙겼다면 길을 잃진 않았을 텐데.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삶에도사랑에도 지도는 없어.
누구나 낯선 곳에선 길을 잃기 마련이야.


그러니까 당신도 자책하지 마
누구나 달콤한 꽃향기에 이끌리게 돼.
당신만이 아니야나도 그랬고모두가 그랬어.
그래도 그 실수로 아름다운 화원에 가봤잖아.
그곳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당신은 길 잃은 바보가 아니라 행운아야.
그 아름다운 기억이 아직 당신 안에 남아 있다면,
당신은 결코 불행하지 않아.
당신은 많이 행복했던 사람이야.
그러니 실컷 그리워해도 돼.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리움도 당신 몫이니까 그래도 괜찮아.
혹여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그래도 괜찮아.
  
나도 그럴 테고모두가 그럴 테니까.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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