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 우울증 극복기
Q. 우울한 이유는?
A. 굳이 따지면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아, 그렇다면 나의 존재 자체가 이유라고 볼 수 있겠네요. 나는 내가 싫고, 밉고,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죠. 가능하다면 아무도 모르게 말이에요.
Q. 우울감은 어떻게 표출되는 건가요?
A. 남들에겐 잘 보이지 않아요. 단순한 가난이나 불행같은 걸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냥 잘 지내는 사람으로 보일거예요. 그래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라고 하면 다들 놀라겠죠. 남들 앞에선 가면을 쓰지만, 굴 안으로 들어가면 온통 상처밖에 없는. 그걸 잊고 싶어서 끊임 없이 도파민을 충족해요. 예를 들면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음식을 먹고, 잠이 오지 않아도 침대에 눕고, 필요한게 아니어도 물건을 사는 그런 것들이죠. 그러니 그들에겐 내가 우울한게 보이지 않을거예요.
Q. 우울증은 왜 생기는 것일지?
A. 한 때 참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우울하다 라는 것 자체가 감정이고, 감정은 곧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 뭐 그런거 아닐까요. 기쁨, 슬픔, 행복, 우울, 즐거움, 외로움. 이런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본다면, 어쩌면 세상 살면서 한번은 경험해봐야 할 필연같은 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요, 누군가가 태어나는 이유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감정 같은 것도 생기는 이유가 있다기 보단 그냥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니까. 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그러니까 우울증 역시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이고, 그 감정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겠다- 이런 생각이죠.
Q. 그렇다면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A. 저는 아직 답을 찾진 못했어요. 하나 확실한건 내 자신을 아껴야 한다는 거?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피하고, 스스로도 끊임없이 나를 칭찬하는거예요. 심적으로 부담되는 일은 굳이 하려들지 말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지금 살아있는 순간마저도 잘 이겨냈다고 칭찬하는 것. 그러니까 남들의 도움보다는 결국 내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어야 하겠죠.
Q. 우울한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은?
A. 생각을 다른 곳으로 전환할 영상을 본다거나, 운동을 하는 것? 하지만 저는 우울한 순간을 억지로 이겨내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울고 싶을 땐 울고, 슬퍼하고 싶을 땐 슬퍼하고, 그 감정이 지겨울 만큼 젖어있다가 나오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한 가지 지켜야 할 점이 있다면 그 순간에도 '나를 탓하지는 말자'는 것이에요. 당신이 우울한 것은, 당신 때문이 아니니까요.
Q. 그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 꿈이라고 하기엔 웃기긴 한데, 전 우울한 이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에게도 말하고 싶어요. 나도 이만큼 살아왔으니, 당신도 꼭 버텨서 살아달라고. 저는 전생도, 사후세계도 있다고 믿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 세계를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결국 내가 기억하는 건 한번 뿐인 나의 인생인데, 그 주어진 인생을 아깝게 소비하지 말자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럼 너무 억울하잖아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건 당신이 일어나서 걷기만 하면 된다고, 다만 너무 힘들다면 내가 손을 내밀어줄테니 당신은 잡아만 달라고. 그렇게 일어나고 나면 그 다음은 별 거 아닐거라고. 저도 아직은 온전히 이겨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은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요. 그러니까요, 우리- 조금만 더 살아봐요.
누군가에겐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나 역시도 그랬다.
뭔가 대단한 일 때문이 아니라
내일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모레 가족을 보러 가기로 해서. 다음 주는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가 있어서.
그런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로 '오늘'을 살게 한다.
그리고 힘겹게 오늘을 살아 간 당신과 내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이 했고
내일이 기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