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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자유인 Jun 29. 2021

나약한 지식인의 초상 최남선

역사의 평가는 엄정하다

1919년 3월 1일 혁명은 원래 종로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시위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학생, 시민과 일제 경찰이 충돌하여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민족대표들은 갑자기 독립선언서 발표 장소를 중국 음식점인 태화관으로 변경했다. 3월 1일 종로 탑골공원에 운집한 학생, 시민들은 미리 정해진 오후 2시 정각이 되어서도 민족대표들이 나타나지 않자 경신학교 졸업생 정재용이 단상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군중들은 “조선독립만세”를 외쳤고 공원에 모였던 2만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시민들이 합세하여 10만여 명이 서울 시내를 휩쓸었다. 역사적인 3•1 혁명의 시작이었다.      


민족대표들은 3•1 혁명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지만 충돌을 빌미로 독립선언서 낭독 장소를 갑작스럽게 태화관으로 옮기는  유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들은 태화관 안에 모여 한용운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난 뒤 “대한독립만세”를 세 번 외치고 독립선언을 마무리했다. 뒤이어 민족대표들은 태화관 주인에게 일본 경찰에 자신들을 신고하라고 하여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었다. 그들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독립만세 운동은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국 집회 1,542회, 참여자 2,051,448명이었으며 사망자 7,509명, 부상자 15,850명, 체포자 46,306명 등의 피해를 남겼다. 물론 현실적인 피해는 이 기록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3.1 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기초했으며 민족대표 33명이 서명했다. 최남선은 당대에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 최고의 문필가였으므로 독립선언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최남선에게 독립선언서 작성을 부탁했다. 최남선은 “일생애를 통하여 학자의 생활로서 관철하려고 이미 결심한 바 있으므로 독립운동 표면에는 나서고 싶지 않으나 독립선언 문건만은 내가 지어 볼까 하는데 그 작성 책임은 형(독립선언서 작성을 부탁한 최린)이 져야 한다.”고 하면서 선언서에 서명은 하지 않았다. 한용운은 독립운동에 직접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최남선에게 독립선언서 작성을 맡길 수는 없으며 자신이 쓰겠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독립선언서 뒷부분에 ‘공약 3장’을 추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선언서는 국한문 혼용이기는 하지만 한문이 대부분이고 문체도 딱딱하여 민중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최남선은 선언서 작성은 하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일제 경찰은 선언서 작성자를 최남선으로 특정하고 조사한  연행하여 감옥살이를 시켰다.      


최남선은 일제의 배려로 가출옥했으며 일제의 지원을 받아 잡지와 일간신문을 창간•발행했고 한민족 역사 왜곡의 주체인 총독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민족반역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일제 말 대동아 전쟁을 ‘성전’이라며 “보람 있게 죽자”라는 글을 발표하고 출정 학도 궐기대회에서 “가자! 청년학도여”라는 강연 등으로 참전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해방 후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수감되었으나 다른 민족반역자들과 마찬가지로 석방되었다. 허울뿐인 반민특위 활동의 결과였다. 예전에는 민족반역자 최남선의 글들이 교과서에 실렸지만 지금은 빠졌으니 역사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최남선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었으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식인은 권력에 아부하고 혹세무민 하는 자들이 많다. 알량한 지식을 내세워 이익을 추구하고 존재론적으로 유약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엄정하다. 최남선 같은 기회주의적 지식인은 당대에 권세와 이익을 향유할지 모르지만 역사의 예리한 칼날을 오래 비켜갈 수는 없다. 최남선은 길고 오래가는 명예를 버리고 짧은 영화를 추구하여 천 년 만 년 가는 역사적 오명을 뒤집어썼다.      


두보는 “사나이 인생은 관 뚜껑을 덮은 뒤에야 비로소 결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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