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사진을 정리하며,

소비는 쉽고, 정리는 어렵다

by minimal jean





사진을 찍는 것은 ‘소비’다.
사진첩을 만드는 것은 ‘정리’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스마트폰을 가진 지구상의 모든 이들은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하루에도 마음만 먹으면 수 백장, 수 천장의 사진을 거뜬히 찍을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여행 중에 우리는 예쁜 장면인 것만 같으면 시도 때도 없이 셔터를 누르고, 스마트폰 스토리지에 대부분 그대로 남겨둔다. 나의 경우 한 장면만 열 번 이상 찍을 때도 있었다. 같은 장면의 사진이어도 사진마다 조금씩 디테일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왠지 모두 소중하게 느껴졌고, 결국 모두 스토리지에 남겨놓았다.


그런데 해외여행 후 그 사진들을 잘 정리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여행으로 지친 몸을 소파에 뉘이며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을 한 번씩만 쓰윽 살펴보고 여행의 뒷맛을 짧게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나온 사진만 몇 개 추려서 정리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까. 나는 그랬다. 한 번 정도만 사진들을 훑어보고 예쁜 몇 장의 사진만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심지어 어떨 때는 카카오톡에서 친구랑 공유한 여행사진들도 다운로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제대로 다운로드 해놓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원석에 준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렀는데,
결국 진짜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찾아야 할 과정은 스스로 포기했다.





다시 말하면, 사진 선택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으면서도 실제로 사진을 선택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은 ‘소비’고, 사진첩을 만드는 것은 ‘정리’라고 생각한다. 항상 소비는 쉽고, 정리는 어렵다. 처음부터 소비를 적게 했으면 모르겠지만, 소유한 것을 비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과정이다. 비우는 것을 고르는 과정은 소비할 것을 고르는 과정보다 더 많은 고민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틀 전 오래 된 아이패드를 초기화하기 전에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 동안 사진 정리에 무관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사진들을 컴퓨터 파일에 깔끔하게 정리해놓았거나 현상해 놓았으면 종종 꺼내봤을 텐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멋진 사진들을 보자니 너무 안타까웠다. 사진에도 정리와 미니멀라이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예쁜 장면 몇 개만 사진 찍어 놓거나, 여행 후에는 그 때 그 때 정리해야 한다. 정말 소중한 옷들만 남겨진 편집샵 같은 멋진 옷장처럼, 정말 소중한 사진들만 남겨진 멋진 사진첩을 만들고 싶다.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이제
‘물건의 영역’에서
‘디지털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공간도 현실 공간처럼 내가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할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나의 현실 공간이 나에게 소중한 것들로만 가득 찬 행복의 공간이 된 것처럼, 디지털 공간도 곧 그러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비싼 값을 지불하고 큰 집을 사는 게 능사가 아닌 것처럼, 비싼 값을 주고 큰 용량의 핸드폰을 사는 게 능사가 아님을 깨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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