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일글=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이혼
"이혼해도 괜찮을줄 알았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했던 이야기였다.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사는데 가정이라는 곳까지 짐덩어리가 되면 갈라서는 수 밖에 없다.
불과 몇년 전 그 친구가 이혼할 당시 했던 이야기는 놀라웠다.
"가정법원이란 곳은 막상 가보면 너무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이혼하기 전까지는 너무 불행하고 힘들었겠지만, 이혼하는 자리는 마무리하는 자리니까. 모두가 마지막 모습을 잘 보내고 싶으니까 그런지 분위기가 생각과 다르게 나쁘지 않더라"
이런 이야기를 하길래 이혼하고 잘 사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그때와 약간 다른 입장이었다. 이혼 후 돌아온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딸내미였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내미.
미취학 아동인 딸내미에게 엄마는 미국에 가서 한국에서 아빠랑 살아야된다고 하얀(?) 거짓말을 했는데 딸이 커가면서 질문을 한다고 한다. "엄마랑 아빠랑 싸운거면 아빠가 남자답게 먼저 사과하면 안될까?"
이런 말들은 비수가 되어 꽂히는데 언젠간 마주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이혼 사실을 알리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은 그냥 계속 오른다. 어쩌면 지금 '가정'이라는 제도가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랑 맞지 않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우리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꾸지만 그 꿈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직접 몸소 경험하는 것이 '이혼'이다. 원만하고 아름다운 결혼생활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마음속에 주입되어왔다. 어렸을 적 봤던 동화가 그랬고, 만화영화가 그랬으며 친구들과의 대화가 그러했다.
결혼은 청첩장도 돌리고 여기저기 축하를 받으러 다니지만, 이혼은 조용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살아간다.
장률 감독의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에서 인상깊은 박해일과 문소리의 장면은 아래와 같다.
"어 형수님!! 여기 어쩐일이세요 오랜만이네요!"
"이제 나 너네 형수 아냐. 이혼했어"
참고로 엄청 재미있는 영화이다. 의문점도 남고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영화이지만, 가족과 조선족 등 잊힐만한 소재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다루어냈다. 팽팽한 긴장감과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흥행하지 못했고 그 이유도 알 것 같지만, 어쨋든 볼만하고 다음에 다시 한번 다뤄보려고한다.
이혼하는 사람들이 에지간히 많다는데 얼마나 많은걸까
통계청 자료 한번 까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혼인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혼 하는 사람은 40대, 50대도 많기 때문에 결혼하는 커플 2.5커플중 1커플은 헤어져! 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가 아니라 그러면 틀린다.
절대 결혼하는 친구 셋 보면 저중 하나는 이혼하겠네 라고 하진 말자
어쨋든 중요한건, 조이혼율 뭐 이런걸 보기보다는 이혼건수 10만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저 10만건중 자식이 있는 경우를 따져봐야 한다는것이다.
부부는 서로 사랑을 주고 받을 권리가 있지는 않다. 개개인의 선택이고 사랑이 식는다면 별수 있는가.
다만 중요한건, 아이는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라는 이유 하나로 양측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자라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이혼하게 되어 엄빠랑 같이 살 수 없는 아이가 매년 생겨나고 있고 이런 아이들이 이혼한 부부에게서 양측의 사랑을 고루 받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신경 쓰거나 대책을 마련하거나 이야기 하지 않는건 왜일까.
쟤 엄마 없대. 쟤 아빠없대. 할머니랑 산대.
이런 류의 말들은 왜 뒤에서 몰래 소근소근 해야할까.
소근소근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참 귀엽지만, 우리가 소근대는 어떤 것은 비열하다.
우리는 현재 가족이라는 제도의 순기능 속에서 자라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높은 이혼율과 이런 이혼 가정에서의 아이들이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혹은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이 제도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개개인을 탓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이지만, 제도의 부작용을 둘러보고 개선한다면 한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요건 예전에 썼던 개인적인 결혼 못하는 이유 세가지.hwp
https://brunch.co.kr/@inajae/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