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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Jul 13. 2019

[쓰기 13일] 관성의 힘

[쓰기 13일]




관성의 힘은 꽤 강력한 것이라, 멈추었던 일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는 쉽지 않다.


일상의 루틴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었는데, 잠깐이라고 생각한 몇 주의 시간 뒤에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더 큰 에너지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했다. 직장이 있다면야 힘들어도 강제하는 압력에 순응함으로 가능할 텐데, 혼자 일하는 사람에겐 더 힘든 일인 것 같다. 흐트러져도 누가 뭐랄 것 없는 삶은 사실 그만큼 무너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시차를 적응하는 것이 그렇고,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조정하는 것도. 늘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하면 처음부터 완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실은 시작보단 뭐든 유지가 훨씬 어렵다. 원리를 알고 있어도 실천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생각만큼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뽀모도로(Pomodoro) 앱을 이용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25분간 일하고 5분을 쉬는 패턴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25분간 집중할 수 있는 자연의 소리(?)가 나오고, 그 후 5분간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알람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지는 않다. 마음보다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는 방법인데, 꽤 효과가 좋다. 어떻게든 시작하고 나면 관성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늘 하는 생각이 넘쳐나고 글을 적는 손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적다 보니 그것이 매일 그렇게 넘쳐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폭발해서 넘쳐나는 날이 있고, 또 별생각 없이 지나는 날들이 있다. 남의 인생이 즐겁고 신나 보이는 것은, 그렇게 폭발하는 에너지가 모인 날들만을 지켜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 앞뒤에 붙은 지루하고 별 것 없는 하루하루를 남이 보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우리 자신이 살게 되는 삶은 그 생략된 부분에 훨씬 더 가까울 텐데.



가끔 아주 쓸데없게도, 누군가가 굳이 이 공간을 찾아와 글을 읽고 내가 누구인지 추측해서 알아낸 다음, 역시 삶이 별 볼일 없네 하며 깔깔거리며 비웃는 순간을 상상한다.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싶지만,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 나는 절대 그런 일을 할 것 같지 않으면서도, 괜히 그런 경우의 수를 생각해본다. 왜지. 실은 나만 행복하면 남들이야 뭐라 생각하든 아무 상관도 없을 텐데. 그러다, 그러니까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 지금 이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고 싶다, 는 뜬금없는 다짐과 약속을 한다. 

그저, 잘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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