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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센스 May 29. 2022

경력보다 학벌이 우위인 현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낀 학벌의 쓸모없음과 경력의 중요성

지금 바쁜데요?


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햄버거 프랜차이즈에는 두 명의 매니저와 한 명의 점장님이 가게를 운영 중이었다. 점장님은 그 프랜차이즈 내에서도 유능하기로 소문난 점장님이셨고, 매니저분들은 한 명은 본사 채용 직원, 한 명은 경력직인 매니저였다.


같이 일을 하면서 보았던 풍경들 속에서 어린 시절 내 눈에도 비치는 다른 점이 있었으니 바로 같은 매니저여도 하는 일이 다르다 라는 점이었다. 본사 면접으로 들어온 매니저님은 바빠 죽겠는대도 옆에서 사무일만을 보았으며, 경력직으로 채용이 되신 매니저님은 바쁜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 기억으론 경력직은 8년 이상의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고,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있다면 누구나 신청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8년 동안 현장에서 일을 했던 매니저와, 이제 막 본사 채용으로 들어온 매니저. 현장에서 누가 더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에 대해서는 비교 불가의 대상들이 었지만 대우는 본사 채용으로 들어온 매니저가 월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입장에서는 매장에 대해 어설프게 공부하고 들어온 매니저는 바쁜데 걸리적거리는 그저 귀찮음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10명 몫을 해주시는 점장님과 경력직 매니저님이 계셨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대환장 파티는 점장님이 바뀌면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컨트롤 타워였던 점장님이 그만두시게 되면서 그 자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본사 채용 직원이 들어오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점장 정도의 자리에 오는 분이면 그나마 현장 경험은 조금이라도 있는 분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나이가 많이 어려 보이는 여자분이 출근을 하였다


내 걱정은 무섭게나마 딱 들어맞았다. 그전부터 본사 채용 매니저 때문에 본사에서 보낸 직원들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했었다.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교육시키고 보냈기를...'


나의 기도가 무색해질만큼 새로 온 점장은 본사 직원 매니저와는 차원이 다른 무지랭이었다. 근처에 고속터미널이 있던 매장이라 주말이면 매장이 미어터졌고 정말 정신없는 스피드전이 시작되었다. 한참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점장은 나를 불렀다. 부른 이유는 스카치테이프 좀 펜 시점 가서 사 오라는 것을 부탁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카운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빠지면 주문을 받는 사람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었고, 그럼 주문시간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점장님 지금 매장이 너무 바쁜데 손님들 좀 빼고 다녀오면 안 될까요?"


나는 너무 어이가 없는 상태에서 정중히 멘털을 잡고 점장님이 내린 오더에 반문했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고, 나는 그 전쟁터와 같은 매장을 빠져나와 펜 시점에서 테이프를 사 왔다. 빠르게 복귀해야 된다는 생각과 함께 헐레벌떡 테이프를 사 왔던 나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점장님 테이프 사 왔습니다"

"그래 그럼 저기 포스터 좀 붙이게 도와줘"


'포스터.. 굳이 지금 붙여야 하는 건가?', '저 점장 눈에는 매장이 이렇게 바쁜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가?' 알바를 언 1년 넘게 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정말 너무 황당했다. 내가 그동안 겪었던 점장님은 이 상황이 었다면 발 벗고 뛰쳐나와 직원들 서포트를 하셨고, 부족한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오더 하셔서 피크시간을 슬기롭고 빠르게 해치우셨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대체 뭐지???'

'이 프랜차이즈는 도대체 이 사람을 왜 점장 자리에 보낸 거지?'라는 생각이 쌓여 갈 때쯤 대박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잘 나가지 않는 프리미엄급 고기 패티가 수십 장이 구워져 있길래 이거 누가 이렇게 해놨냐고 했더니 점장님이 해놓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매장은 stock시간이라는 게 딱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든 재료들을 버려버렸었다. 누가 봐도 이 비싼 패티들을 다 버려야 하는 상황. 


'이 매장의 메뉴 매출 분석을 조금이라도 해보았다면 이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을 텐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대충 예상해 본 결과 다른 잘 나가는 시그니처 메뉴들의 페티수와 같게 해 놓은 것 같았다. 그 메뉴들은 주문율이 월등하기 때문에 100% 소진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세팅해놓은 것이었고, 이 프리미엄 패티는 가격도 비싸고 잘 나가지 않으니 그때그때 굽고 있었던 것인데 매장에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이런 행동을 저지를수 있을까.... 싶었다. 결국 그 아까운 패티들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책 없는 에피소드가 쌓이면 쌓여갈수록 직원들에 대한 점장의 신뢰도는 바닥을 기게 되었다. 어지간하면 점장 말보다는 현장매니저의 말을 더 따랐고,  점장의 자리는 점점 의미가 없어져갔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학벌 및 스펙만 믿고 들어온 직원과 그 현장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들어온 매니저. 왜 이들의 대우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학벌이 그렇게 이 회사에선 중요한가? 학벌이 좋으니까 똑똑하겠구나 해서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인가?라는 의문들이 그 어린 나이에도 들었었다.


스펙의 중요성? 물론 100% 필요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한 곳에서의 경험과 그 산업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는가 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입장이 바뀌어 사람을 뽑아야 하는 자리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때 일련의 나의 경험들이 지원자들을 보는 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람을 뽑는 일, 능률 좋은 직원, 보직자로서의 책무,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생각과 시야를 트이게 해주는 경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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