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cheong-dong
사이사이문화살롱 _ 주제발표: 사이의 풍경
질문 \ 우리가 사고 있는 현실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보는 것, 만나는 것, 느끼는 모든 겻은 과연 현실인가? 기술 복제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에 우리가 보는 것, 그리고 살고 있는 시공간은 과연 현실인가? 모상模相인가? 허상虛像인가? 상상想像인가?
주제 설정 \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경계 탐험.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 만큼, 우리가 느끼는 것 만큼만 경험할 수 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주변부 너머, 그 일상의 전형적인 이미지 너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가?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틈새, 그 뜻밖의 중간 지대에서 상상의 원천을 모색해본다.
프로세스 \ 시공간의 재발견을 통해 현실과 이미지의 중간 지대 만들기, 현실의 공간을 매개로 한 새로운 상상의 공간(in-between-scape) 창조. 새로운 공간은 현실의 공간에 대한 지도이자 메타포, 실재와 허구, 실재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
2008. 06. 20.
삼십대 초반, 내가 품었던 키워드는 이미지(Image)였다. 허나 ‘이미지’라는 주제는 그저 막연하기만 할 뿐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들을 들추기도 하고 여기 저기 수업들을 기웃거리기도 하며 실마리를 찾아 헤맸다. 당시에 모호하나마 내가 풀고자 했던 과제는 이런 것이었다.
현실(reality)과 이미지(image)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어떤 것들의 사이(in-beteen)에서 상상력이 시작되는 지점을 찾고 싶었다. 나름 러프하게 리서치를 시작했다. 일종의 탐침(探針)인데, 한 지점을 정하고 그 장소를 카메라와 함께 헤매며 ‘틈새’를 찾아 보자는 의도였다. 여러 후보지 중 당시에 뜨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이자,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한데 섞여 있는 북촌을 탐사지로 선정했다.
이후 틈이 날 때면 삼청동 길을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북촌의 뒷골목을 헤매기도 하고, 때로는 비오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다지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담은 풍경들은 다른 이들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북촌의 이미지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풍경을 찾아보겠다고 호기롭게 길을 나섰지만, 오히려 북촌에서 길을 잃고 만 셈이다.
그러다 한 친구의 블로그에서 다음 장면을 발견했다. “아름답고 거대한 돈까스로 점심을 먹고... 매일같이 지나치던 얕은 언덕에서, 눈부시고 탐스런 나팔꽃 덩쿨 앞에 섰더니, 새 삶 훈련 센터가 만화처럼 나타났다.”
‘새 삶 훈련 센터!?’ 나 또한 몇 번 지나 다닌 언덕이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름이었다. 그 때서야 내가 아주 작은 상자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보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새로운 풍경을 찾으러 다녔지만 다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을 뿐이구나. 그렇게 삶의 표피를 겉돌고 있을 뿐이구나.”"
그 날이 바로 내가 넘어진 날이다. 한참이 지닌 후에야 내가 넘어진 그 곳이 바로 내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출발점임을 알게 되었다. 삶의 표피 너머,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여행의 시작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유명한 말과 함께 다가왔다. “발견을 위한 진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찾는 데서 시작된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lie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seeking with new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