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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센토 Jun 05. 2020

봄바람

@ 신주쿠 잇쵸메


봄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자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렸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허나 세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잠자코 살아갈 뿐. 어딘가에 있을 그 무엇을 찾아 헤매었으나 손에 쥔 건 내 것이 아니었고, 세상 한 귀퉁이의 안식을 바랬으나 불안은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채 가시질 않았다.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떠돌았으니, 이 노트들은 그 방황의 기록이자 일종의 항해 일지이다. 넓고 넓은 푸른 바다를 향해 떠나고 싶었지만 풍랑을 피해 황급히 닻을 내렸고, 그렇게 다다른 곳이 그토록 바라던 항구인지는 도무지 알 도리가 없다.


아직 길 위에 서서 미처 부치지 못한 엽서와 메모들을 갈무리한다. 하릴없이 헤매었던 나날과 어영부영 흘려보낸 청춘의 시간과 낯선 골목의 냄새와 밑줄 친 문장의 흔적 같은 것들. 언젠가,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닿을 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 하늘을 향해 힘껏 던져 보았던 한송이 눈뭉치처럼 그리운 당신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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