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남쪽에 닿자 당신은 약속대로 엽서를 썼다. 어느덧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 마음에 뭔가 계속 그립고, 하고픈 말이 많았다. 때문에 의도치 않게 내용이 넘쳤고 엽서는 자꾸 편지가 되어 갔다.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이미 빼곡히 채운 엽서를 버리고 다시 쓰기를 거듭해야만 했다.
잘 지내? 북쪽으로 간다고 했는데…… 무사히 갔을지 궁금하네. 부디 좋은 여행이 되었기를. 그러고 보니 신기하네. 이 엽서를 받을 때쯤이면 우린 여행을 마쳤을 테니까. 게다가 여긴 뭐든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잖아. 여행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야 이 엽서를 받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 이건 아마도 지나간 기억이 보내온 소식이겠지.
아직 기억한다면, 약속한 대로 난 지금 남쪽의 어느 해변에서 엽서를 써. 이곳에 머무른 지 이제 일주일 정도…… 정말 긴 여정 끝에 여기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어.
여긴 참 평온하네. 사람 적고 거리도 한산해. 하루하루 느긋하게 보내며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고. 어딘가를 분주히 다니기보단 잠시 멈춰 숨을 고른다는 느낌이야.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 너와 우연히 만나 미로와 같던 골목을 걷던 일도 까마득하게 느껴져.
한편으론 그래서 좀 섭섭해. 벌써 그렇게 먼 일이 되었나 싶어서. 참 이상하지? 끝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그때가 그리워.
당신은 쓰던 글을 잠시 멈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미 여러 번 자기 검열을 거쳤지만,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곳의 날씨처럼 잉크로 끈적끈적해진 엽서들이 이미 여러 장 곁에 쌓여 있었고, 이제 또 한 장의 엽서가 헛되이 운명을 다하려 했다. 그러는 사이 해변 방갈로의 파라솔 아래로 어느새 해가 기울어 가고 있었다. 인내심이 바닥난 모기떼가 당신을 거세게 힐난했다.
“엽서는 시적(詩的)이어야지, 근데 지금 넌 소설을 쓰고 있잖아.”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글은 내려갈수록 오밀조밀 빼곡해졌고, 당신의 필체는 구차한 모양으로 엽서 귀퉁이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추릴 수 없는 감정들이 펜을 쥔 손을 자꾸 찌릿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만 줄여야 했다. 더는 쓸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당신은 비좁아진 엽서의 틈새에 두서없는 마지막 한 줄을 끼워 넣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줄곧 생각했어, 넌 지금 어디쯤 있을까 하고. 많이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