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벗어나기 : 새로운 루틴
눈을 뜨면 핸드폰을 열어봅니다. 밤 사이 지구 건너편의 주가와 세상 돌아간 이야기부터 내가 좋아하는 커뮤니티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업데이트해 봅니다. 그리고는 각 종 어플에 디지털 폐지 줍기라 불리는 출석체크를 합니다. 원단위의 소액도 줍고 쿠폰도 줍고 기프티콘도 줍습니다. 눈을 뜨고 핸드폰을 들여보는 것들 다 중독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중독인데 고칠 생각도 고쳐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을 뜨고 오늘 나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고 하루하루 노력 중입니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나에게 대화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분도 참지 못하고 음악을 틀려하거나 혹은 손으로 핸드폰을 찾습니다.
그래서 노력하려고 합니다. 조금은 맑은 느낌이고 싶어서 뛰고 있습니다.
100일 전에 런데이 어플에서 인터벌로 걷고 뛰고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느리지만 30분을 뛸 수는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진 것 같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몸의 변화는 잘 모르겠어요. 맑은 기분으로 뛰고 싶어서 음악을 듣지 않는 분도 계시던데 저혈압에 수족냉증인 나를 끌어올려줘야 할 것들이 필요해서 러닝용 플레이리스트를 장착하고 뜁니다.
변화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안 뛴 날은 확실히 몸이 찌뿌둥하고 뭔가 빼먹은 느낌이 강합니다. 안 뛰면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뛰어준 어제의 나에게 미안하고 오늘 건너뛰어서 내일 더 힘겹게 뛸 내일의 나에게 미안합니다.
뛰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합니다. 난 태생이 그런 애이므로... 그런데 힘들면 생각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러닝벨트 속에 들어간 핸드폰이 동굴에 들어간 듯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뛰면 들여다볼 시간도 몸짓도 버거워서 그저 뛰기 바쁩니다.
뛰면서 하는 생각들은 글 쓰는 자양분이 됩니다. 갑천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풍경에서 소재를 얻기도 하고 나에 대해 나의 몸에 대해 깊은 생각도 해봅니다. 제일 놀라운 것은 부정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제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응원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조금만 더 뛰어보자고 으쌰으쌰 하게 됩니다. 그 응원을 듣고 열심히 뛰어준 나에게 고마워서 평소에는 잘 안 하는 칭찬을 합니다. 오늘도 고생했어. 뛰느라 힘들었지. 그렇게 다독거리는 에너지는 선순환되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됩니다. [라고 쓰고 힘들게 씁니다 ㅠ]
100일 남짓을 뛰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칭찬과 당근을 주지 못하는 저란 사람에게 이번 도전 100일을 해준 제게 꼬옥!! 선물을 해줘야지 생각했는데 아직 선물도 못 골랐습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생각에서 그치지 않게 무언가 근사한 것을 사주고 싶은데 받는 사람의 의중을 읽을 수 없으니 이렇게 답답할 수 없습니다. 이럴 때면 제 몸과 마음처럼 내 안의 나와 나 사이의 거리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도 조만간 무언가 사줄 겁니다! 무엇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떠서 빗소리를 듣다가 손으로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았습니다. 지구는 밤새 열심히 태양주위를 돌아왔습니다. 저는 지구의 안녕과 지금은 어둑해질 지구 반대편의 주가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즐겨 찾는 커뮤니티의 인기글을 훑었고 별거 아닌 것 같은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에 키득거렸습니다. 날씨를 보고 비가 오니 러닝은 어렵겠구나 싶어서 다시 침대 위에서 꾸물거렸습니다. 습관은 한 번에 버려지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잠시 천장을 바라봅니다. 참 깨끗하고 단정된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몸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틀어봅니다. 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 이름이 새겨진 그릇에 물을 갈으며 오늘 아이들에게 더 너그럽길! 친절하길! 그리고 많은 좋은 일을 기도합니다!
아직은 생각뿐이지만 내일 아침은 폰을 덜 보도록 해보자고 스스로 다독입니다. 내일은 눈 뜨자마자 밖으로 나와 뛰어보자고 다독여봅니다. 모니터에서 세상을 보지 말고 뛰면서 보고 듣고 호흡하고 느끼라고 다독여봅니다.
제 취향에 독자님을 초대합니다. 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