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디스쿨 May 27. 2019

스스로 짊어지는 짐

[인디레터 #7] 인디스쿨 뉴스레터 일곱 번째 이야기


인디스쿨 뉴스레터,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어느 주말, 우발적으로 제주에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한 책방에 갔다가 느낌 좋은 느낌의 사장님에게 노을이 아름답게 지는 수월봉을 추천받았고 덕분에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짧은 여정 중에 수월봉에 머문 시간이 수면 시간 다음으로 길었던 것 같네요. 그 사장님은 대화 중에 제게 미션도 하나 주셨는데요.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싶은 과제가 생기는 날, 다시 제주에 와서 숨 고르기 하고 가세요."

이 아리송한 지령을 받은 지 10개월쯤 지난 요즘, 저는 정말로 스스로 과제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주제에 대해 긴 호흡을 가지고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제가 부여한 저의 과제입니다. '버킷리스트'나 '새해 다짐' 같은 성격은 아니고요, 수년간 시달려온 욕구의 거부할 수 없는 압박을 드디어 과제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로 세간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과거 봉준호 감독은 특정 장면을 꼭 만들어야겠다는 "이상한 집착"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스스로 짊어진 짐"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요. 그 영상(아래에 자세히 소개해 드릴게요!)을 보다가 꼭 거장 감독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분출해야만 해소되는 표현욕, 창작욕이 있지 않을까, 본능적으로 끌리는 집착이 없는 게 아니라 다들 바빠서 참고 사는 건 아닐까, 잘 해내지 못할까 봐 꾹꾹 누르고 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글쓰기일 수도, 나의 수업 방식을 정돈해 나누는 행위일 수도, 단편영화 제작일 수도,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일일 수도,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수업에 그런 집착을 가지고 임하는 선생님들도 계실 거고요.

혹시 이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마음에 탁 와 닿는 선생님 계신다면,
용기를 내어 그 욕구, 그 집착 스스로에게 과제로 선포해보자 권해보면서ㅡ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아침
인디스쿨 커뮤니케이션팀 드림





[ 인디의 벗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콘텐츠 ]




✔️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영화 창작 과정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봉준호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 마스터클래스   시청하기


"안제이 바이다라고 폴란드의 거장이신 감독이 있어요. 엑스트라 500명이 대기하고 있는 촬영장으로 가면서 운전기사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한 뒤 차에서 내려서 토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현장에 가기가 너무 싫어가지고. 그분이 신인감독이냐 하면 그게 아니에요. 오스카 외국어상까지 받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인데도 그런 중압감을 느끼는 거죠. 왜 그럴까? 특히나 영화를 잘 찍는다는 감독들이. 집착이 있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그러니까 공포의 원인이 '집착'이다. 집착이 있기 때문에 공포가 생긴 거예요. 그 집착이 해소되지 않을까 봐."

▶ 학교에 가기 싫다고 자주 말하는 제 친구 초등교사가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에게 공포를 주기도 하지요. 저는 저 폴란드 감독만큼은 아닐지라도 집착 때문에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 별거 아닌 듯이 보이는 인디레터도 집착 해소 욕구가 너무 발동해 버려서, 정말 토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영화 <마더>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며) 여기서 어디서 빛이 뚫고 나오고 어디서 끊길지 사실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뭐 리허설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러니컬하지 않아요? 몇 달간 전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준비했었고 저는 대학교 때부터, 오대산에 갔을 때부터 이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었고 촬영감독과 스텝들과 준비를 한 것도 몇 달이에요. 그렇게 준비를 해서 찍은 거지만 사실은 이 안으로 들어가면 우연의 뒤범벅이라는 것이죠."

▶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했지만, 우연에 맡길 수밖에 없는 자연 요소로 인해 <마더>의 마지막 장면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이런 점은 정말 교실, 아이들과 비슷하지 않나요? 얼마 전 공개수업으로 진땀을 뺀 동료도 생각이 나는군요. 수업은, 교직 라이프는 정말이지 과학보다는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감독, 영화와 너무 비슷하잖아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계속 얻어야 돼요, 영감을. 이게 또 직업이고. 사실 매 순간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는데 그게 쉽진 않죠. 촉수가 얼마나 예민하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 이것도 교직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나 홀로 집에>를 보면서, '쟤는 하면 안 될 행동만 하고 있네. 저건 <안전한 생활> 용이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라는 작년 인디의 날 황금별 heya 선생님의 문장을 떠올렸어요. 인디 브런치 글에도 나와 있지요 이 내용은. ;-)




✔️ [마음 읽기] 자기만의 질문, 최인철 교수, <중앙일보>   읽어보기


"우리 사회의 인생 교과서는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지위에 관한 질문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인생 수업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질문을 좀처럼 접하지 못한다. 돈을 잘 버는지는 물어왔지만, 자율적으로 살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는지는 물어왔지만, 존중받고 사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파트 평수는 물어왔지만, 외롭게 살고 있지는 않은지는 묻지 않았다. 내면에 대한 질문이 실종된 사회였다."

▶ 저는 지금 인디레터 7호를 통해 선생님께 집착과 강박을 가지게 되는 내 인생의 과제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내면의 욕구에 대해 질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면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어요. :-)




[ 인상적인 교육 자료 ]



✔️ 교육마술 '우유갑 분수' 소개!, S.T.E.P Magic(전국교사마술교육연구회)   읽어보기(인디 로그인 필요)
: "이번에 소개드릴 마술은 우유갑 분수 마술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마술이라고 하긴 좀 어렵지만 그만큼 만들기 쉽고 눈으로 보이는 효과가 가장 좋은 활동이에요. 교실에서 마시는 우유갑으로 만드는, 수업의 정리 부분이나 각종 수업 중간중간 활동에 활용하기 좋은 마술이에요. 스텝매직의 많은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활용하고 있는 우유갑 분수 마술! 선생님들도 한 번 해 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공식 연수 / 행사 소식 ]




6월 클래식연수 >> 디자인 사고와 배움의 공간 상상하기를 중심으로 - 소금별쌤의 프로젝트 수업을 만나다

황정회 선생님 / 6월 1일(토) 10:00-13:00

"이번 연수에서는 수업시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아이들의 삶 속에서 연결 짓고 의미 있는 과정으로 담아낸 사례를 통해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알아보고 그중 '공간'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의 일부를 다양한 실습을 통해 경험하게 됩니다." (연수 공지사항 바로가기 - 인디 로그인 필요)



기타 연수 >> 놀이샘과 함께하는 보드게임 지도사 자격증 과정 연수

인디스쿨 공식 교사모임 놀이샘 / 6월 22일(토) 12:30 - 23일(일) 15:50

* 오송역(충청도) 사람과교육연구소에서 진행됩니다.

"인디스쿨 교사모임 놀이샘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교육기능성 보드게임 지도사 자격증 2급 과정입니다. 보드게임의 수업 활용을 지원하고, 교사연수 등을 통해 지속적인 교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본 자격증 과정은 1박 2일 합숙으로 진행됩니다." (연수 공지사항 바로가기 - 인디 로그인 필요)
 






인디스쿨은 소중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디스쿨을 통해 아이들의 행복과 교사의 성장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이나 기업의 기부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힘은 선생님들의 후원에서 비롯됩니다.

[일시후원] KEB하나 630-008382-451 초등교사커뮤니티인디스쿨
[정기후원] CMS가입은 여기에서


주변의 동료와 지인에게 [ 인디레터 ] 를 추천하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링크를 그대로 긁어서 전달해주세요 :-D

인디레터 구독 https://goo.gl/ZD2Krc





: : 인디레터 구독하기 구독신청

: : 인디스쿨 후원하기

: : 초등교사커뮤니티 인디스쿨 바로가기

: : 인디스쿨 페이스북 바로가기

: : 인디스쿨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