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2학년 마지막 등교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등교한 날 보다 원격 학습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아들 녀석도 얼마 되지 않은 학교 생활에서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했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초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 등교를 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등교를 시작했지만 3번 등교만에 다시 봄 방학에 들어간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자제해야 하다니... 아이들은 나중에 이 코로나의 시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아침에 학교에 등교시켜주고 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브런치 좀 보다가 보니 또 아들 녀석 데리러 가야 한다. 신나게 하교하던 녀석이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면서 선물이 있단다.
"선물?"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아빠 선물이란다. 봉투를 빼꼼히 열어보니 문화상품권 5,000원짜리가 들어있다.
"문화상품권이네, 이야 고마워. 근데 이건 어디서 났어?"
"학교도서관에서 책 많이 빌렸다고 주는 거야. 나 잘했지?"
"이야! 멋지네, 우리 아들"
"저번에는 엄마 줬으니깐 이번에는 아빠 줄게"
아이들이 한 번씩 선물이라면서 주는 것들은 뭐랄까 좀 애틋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그걸 부모에게 주는 것이니 그 선물의 값어치를 떠나서 부모로서 감동의 도가니탕에 매번 빠지는 것이다. 언제 이만큼 컸나 싶어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커가는 것이 아깝기도 하다.
아들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진 아빠의 특별 용돈에 녀석은 또 문방구로 직행한다.
문방구에서 쇼핑을 마치시고 집으로 와서 아들 녀석에게 보고 싶은 책이 있냐고 물었더니 냉큼 만화책 얘기를 한다. 좋아! 기분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바로 구매했다. 그러고 보니 아들 녀석은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 하나 아빠한테 주고 4배 정도의 효과를 봤다. 문방구 쇼핑에 이어서 평소 보고 싶어 하던 책까지 얻으셨으니 말이다.
뭐 이것을 예상하고 나한테 문화상품권을 줬다면 머리가 좋은 거고 모르고 줬다면 순수한 거니 이래나 저래나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