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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드라 Jun 03. 2021

또다시 제주, 13일 차 & Epilogue

여행을 마무리하다.

  내가 제주를 떠나는 날이었지만 제주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화창한 날씨를 뽐내고 있었다. 비라도 많이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면 내가 좀 덜 아쉬웠을까?


 지난 2월의 2주간의 제주 여행을 마치는 날은 정말 1도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 너무 잘 쉬고 잘 충전하고 가는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왜 아쉬운 마음이 일부라도 있는 걸까? 정말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회사에 복귀할 시간이 다가와서 그런 걸까?


 호텔에서 부비적거리다가 퇴실 시간이 다 되어서야 퇴실을 하고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호텔 앞

 한 며칠 동안 날씨가 정말 좋았다. 새파란 하늘은 기본이고 해가 좀 뜨겁긴 했지만 선선한 바람이 많이 불고 특히 습도가 낮아서 그리 덥지 않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제주에 사시는 분들도 쉽게 계속 볼 수 없는 날씨라고 하셨다.


 이런 좋은 날씨를 뒤로 하고 공항에 도착했다.


제주 공항

 제주에 딱 도착했을 때, 이런 날씨라면 얼마나 설렐까 생각하며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그 설렘이 얼굴에 거의 다 보일 정도였다.


 일찍 공항에 왔지만 면세점을 돌아볼 생각으로 일찍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역으로 들어갔다. 어제 저녁에 함께 한 친구들이 전화 와서 빨리 다시 돌아오라며 장난을 쳤지만 잘 놀다 오라는 당부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

 곰탕 한 그릇으로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제주 여행객은 1년에 600불 한도로 면세 쇼핑이 가능하다. 딱히 살만한 것이 없어 양주 한 병 사들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안녕 제주

 반짝이며 빛나는 제주를 뒤로 하고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와이프가 차를 가지고 애들과 함께 마중을 나와서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또 한 번의 제주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올레길을 걷는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나의 제주 여행은 5년 동안 3번의 혼자 제주 여행에서 26개의 올레길 중 9개를 마무리했다. 올레길을 완주하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지만 나는 이 올레길 걷기를 빨리 마무리할 생각이 없다. 아니 오히려 가능한 길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다. 걷고 싶으면 걷고 힘들면 쉬면서 제주를 즐기고 비가 오면 제주의 카페를 즐기고...


 5년 동안 9개의 코스를 마무리했으니 산술적으로 올레길을 마무리하려면 10년이 더 걸려야 한다. 그런데 복직하고 나면 다시 이렇게 시간을 내기는 힘들 테니 올레길 완주는 시간이 더 걸릴듯하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 제주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렇게 빛나고 있을 테니 내가 시간 될 때마다 가서 걸으면 되니깐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 혼자 제주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 해준 와이프에게 고맙다. 혼자서 애들 케어하랴 출근하랴 싶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흔쾌히 보내준 와이프에게 고맙다. 언젠가 와이프도 일에 지치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좋은 건 나눌수록 더욱 좋아지는 법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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