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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Oct 31. 2023

3일째 술을 마시다가

내방식의 양배추전

토요일부터 월요일인 오늘까지 3일째 술을 마시고 있다.

토요일은 친구들하고 가을 산행을 신나게 하고 난 뒷풀이였다. 우리집에 모여 얼큰해물찜을 안주삼아 소주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어제 일요일엔 모임으로 대구에 갔다가 또 뒷풀이 자리였다. 고기가 맛있다는 식당에서 삼겹살, 목살, 그리고 난생 첨 먹어본 뒷통수살 (웬지 미안했다. 그동안 내장도 다 먹어온 주제에..)이 익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소주잔을 먼저 기울였다.


오늘은 야근후 집에 돌아와 혼술중이었다.

이틀을 연거푸 놀고 나니 집안일에 소홀했던 터라 쌓여있는 설거지 부터 해치우는데, 저녁에 샌드위치 한쪽을 먹었던 터라 배도 살짝 고파왔다.

집에 어쩐일인지 와인이 쌓여간다.  추석선물로 받은 감와인, 스페인 여행다녀온 친구가 선물한 와인..

술이라곤 와인밖에 없으니 그중에 감으로 만든 와인을 한병 골라 코르크 마개를 따고 잔에 조르르 따라 놓았다.

일전에 와인을 좀 알고 먹어보자는 생각에 소믈리에는 아니지만 와인에 몹시 진심인 작가의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와인잔은 원심분리기다. 스월링.

와인잔을 휘휘 돌려놓고,

안주는 어떤걸로 매칭을 시켜볼까, 하다 냉동실에 곶감이 생각났다.

감와인에 곶감 안주. 깔맞춤하듯이 꺼내어 접시에 담아놓았다.

그러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리가 하나 있었다.

양배추전


주인공인 양배추를 듬뿍 가늘게 채썰고 당근이랑 대파도 채썰어서 그릇에 담은후

밀가루랑 물, 소금을 적절히 섞어 반죽을 완성후에 후라이팬에 앞뒤로 노릇노릇 구웠다.

해산물이나 베이컨이 빠진 오코노미야끼 같다.

아마도 그 양배추를 구웠을때의 그 맛이 내 뇌의 한쪽 구석에서 튀어 나온듯하다.


감와인은 살짝 감식초같은 맛을 내었고, 양배추전은 따끈하고 담백했다. 그리고 든든하다.

저녁 대용으로 이런식의 식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꾼인척 하려는 것도 아니고 술을 예찬하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궁합이 잘 맞는 요리가 함께하는 술 한잔이

틀에 구겨 넣어진듯한 일상의 낮시간에서 벗어나 팔다리를 쭈욱 펴는 느낌이랄까..


살짝 취기가 오른 덕에 글쓰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마무리를 하며..


#라라크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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