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210여 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글쓰기 전용으로 만들어 하루하루의 생각, 감정들을 글로 만들어 올린다.
올 초에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심스레 엄마도 팔뤄 해서 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는데, 흔쾌히 그러라 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들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어 조심스러웠는데 아들의 반응은 오히려 봐주길 바라는 듯도 했다.
곧바로 팔로우를 꾹 눌러서 며칠간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았다.
아들이 좋아해 여러 번 봤다는 영화 ‘세 얼간이’의 후기 글로 시작하고 있었다.
내 자식이지만, 그 아이의 생각을 온전히 다 알 수도 없고 이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특히나 한 달에 두세 번밖에 보지 못하는 아들의 하루하루가 궁금하고, 또 같이 붙어있다 한들 말하지 않으면 더더욱 모를 아들의 일상과 생각과 감정들..
물론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감정들을 눈치껏 알아채긴 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해 주기 전에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아들의 글이 인스타그램 첫 피드에 뜨는 시간을 기다린다.
대부분 밤늦은 시간인지라, 기다리다 잠들어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스타를 여는 날도 있다.
삶, 인간관계 같은 추상적인 관념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느낌을 담은 글, 여행을 다녀와 쓴 감상문, 친구들 이야기..
어느 때는 며칠 분량의 글이 저장되어 있다고도 했는데, 어느 때는 소재가 떨어져서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시리즈로 엮어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아들의 계정 프로필에는 이제 어느덧 100을 넘어 210+ 가 기록되어 있다.
처음엔 날것의 생각들과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들, 표현력들이 점점 더 꽤 풍성한 어휘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다.
글이 어떤지를 떠나 자기의 결심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글쓰기를 하며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아들은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는구나.
오늘은 무척 즐거웠구나, 뭔가 기운이 빠져 보인다. 이녀석 많이 힘든가. 꽤 괜찮은 생각을 하고 있네..
나는 아들의 글쓰기를 통해 아들을 배우고 느끼고 있다. 감정에 이입이 되어
한 사람, 한 개인으로서 고유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이리라.
매일 ‘하트’를 꾹 누르며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
글쓰기의 순기능과 장점을 알고, 글을 쓰고 나서의 희열감을 나 또한 알고 있기에 꾸준히 이어가려고 글쓰기 모임에 가입을 했다.
매일은 힘들어도 일주일에 두 편은 쓸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것 조차 어려워 손 놓고 있는 횟수가 늘어난다. #라라크루
그런 나에게 아들의 글쓰기가 나를 일으켜준다. 엄마도 어서 연필을 잡고, 아니 키보드를 두드려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