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차별한다면

퇴근길 순대국밥 집에서

by 이네스


감기기운이 있어서 뜨겁고 얼큰한 국밥을 먹으러

순대국밥집을 왔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혼자든, 여러 명이든 시원한 국밥을 즐기고 있었다.


뜨겁고 얼큰한 순대국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감기 기운이 빠져나갈려던 차에,

하얀 백발에 나이 드신 어르신이 들어와서

옆에 앉았다.


순대국밥 하나를 시키는데,

갑자기 점원이 계산먼저 하셔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두 번을 더 얘기하니

손님이 카드를 꺼냈고, 점원이 계산 먼저했다.


이때까지 다른 테이블은, 다 먹고 계산하는 거였는데

행색이 초라해서 그런지 계산 먼저였다.

그렇다고 그분이 노숙자 느낌이 나지는 않았다.


그분은 그렇게 밥을 먹고 있다가 손님들이 먹고 나서

계산한다는 걸 알아차렸을 땐 어떤 생각이 들까


누군가가 나의 행색 만으로 차별한다면,

내 외모만으로 평가한다면,

많이 신경 쓰이면서 생각이 많아질 거 같다.


부끄러움이 나중에 술안주 거리로 한바탕 웃을 수도 있지만,

이런 내가 다시 한번 더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가게입장에서는 여러 번의 경험으로

그런 손님들이 돈을 내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 국밥 하나 먼저 내주지 못하는 걸까.


요즘 CCTV가 잘되어 있어서 금방 먹튀를 잡을 수 있을 듯한데

자영업자 입장이 아니라 섣불리 얘기할 순 없다.


하지만, 순대국밥이 단지 먹고 싶어서

아껴놓은 돈을 쓰면서 지금 힘든 상황이라면,

내 처지가 더 슬플 거 같다.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졌으면 하는 것은

단지 내 소망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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