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정에서 즐기는 소풍

갯벌은 형태를 잃어가고

by 나를 아는 사람

승용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기웃대던 중 마침 비어있는 팔각정 하나를 발견한다. 팔각정 앞에 주차한 뒤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팔각정 나무 계단에 오른다. 갯벌 가까운 곳에 자리한 팔각정이라 전망이 좋다. 푹신한 자리를 펴고 누워서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다. 바람의 세기는 강도를 더하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맡겨 버린다. '한동안 뜸 했었지~' 노랫소리가 큰지, 바람소리가 큰지,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큰지 도무지 모르겠다. 서로들 더 큰소리로 목청을 높인다. 바람의 감촉은 좋고 바람 따라 머리카락은 질서 없이 흩날린다.


마을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이곳에 뜬금없이 고양이 두 마리가 나타나 영역 싸움을 하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개 짖는 소리까지 화음을 맞춘다. 간간히 들리는 작은 새의 울음소리는 관심 갖기에 충분하다. 고개 들어 위를 보니 팔각정 지붕 아래 모서리를 들락거리는 참새들의 분주함이 장단을 맞춘다. 보이지 않아도 참새의 둥지가 있음을 짐작한다. 참새는 쉴 새 없이 사방이 트인 팔각정 끝에서 끝까지 지붕을 향해 오르락내리락.


팔각정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기와를 얹은 2m가량 길이의 나지막한 돌담 아래 한 가족, 오른쪽 돌담 아래 한 가족이 있는데 팔각정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돌담이 바람막이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오른쪽에 한 가족이 추가된다. 작은 텐트 하나, 어린아이 둘, 어른 둘. 화목해 보이는 가족 나들이객이다.


팔각정은 잔디 위에 텐트를 친 사람들보다 조금 위쪽이라 그런지 바람이 거센 느낌이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 담요는 거센 바람 앞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담요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감은 뒤 귀만 활짝 열어 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사람 소리, 바람소리, 코 끝을 자극하는 바닷물의 짠내가 어우러진다. 잠깐씩 담요를 목까지 끌어내려 누운 상태로 바다를 보니 앉아서 볼 때 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안방에서 마당을 내다보듯, 팔각정에서 한없이 넓은 마당을 보듯 바다를 본다.


바닷물은 점점 갯벌을 삼켜오고 갯벌은 그 본연의 모습이 사라진다. 새롭게 새롭게 다시 탄생하는 모습. 갯벌은 억울해하지 않고 무서워 머뭇거리지 않고 바닷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멀리 보이는 긴 다리 위에 차량들은 줄지어 달리고 한 대의 트럭이 달리는 모습은 1000ml 우유팩이 위로 아래로 양 옆으로 부풀어 누워서 달리는 모습 같다. 해안도로를 돋보이게 만든 무지갯 빛 네모난 난간. 무지갯 빛 난간을 스치듯 누구라도 마주치면 안 될 것처럼 얼굴을 다 가려버린 자전거를 탄 세 사람이 바람을 가로질러 쌩쌩 달린다.


시간이 갈수록 지나가는 차량은 많아지고 시원하면서도 맘에 쏙 드는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바닷물은 움직임이 없는 듯 하지만 뭍으로 뭍으로 올라온다. 갯벌은 형태를 잃어가도 말없이 내버려 둔다. 갯벌에 우뚝 서 있는 돌무더기는 어느새 섬으로 변한다. 생김새가 각기 다른 돌들이 한데 모여 외딴섬으로 완성. 밋밋한 바다를 조금 더 재미있고 균형 있게 만든다.


팔각정 앞을 지나가는 차량과 텐트 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갯벌에 물이 스며드는 모습을 멍하니 보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자세히 보기 위해 갯벌 가까이로 다가간다. 한 그루의 나무는 갯벌을 가르며 젖어드는 바닷물을 흡수하기라도 할 것 같다. 일곱 가지 색으로 칠한 네모난 난간과 바다가 참 잘 어우러져 자꾸만 사진 찍고 싶어 진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고, 바람을 따라 점점 올라가는 원피스의 치마 끝을 붙잡지 않고 거센 바람에 그대로 몸을 맡긴다. 사진을 몇 장 찍어 둔다.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남긴다.


물새들은 줄어드는 갯벌 위를 먹이 찾아 얇고 긴 다리로 걸음걸음 바쁘게 움직인다. 바닷물은 무지갯빛 난간 앞까지 닿으려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머문 시간은 두 시간 남짓. 바람결 따라 반짝이는 물빛은 물고기들의 떼 지은 도망처럼 빠르게 오른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바람의 진원지를 찾아 한참을 넋 놓고 있을 때, 승용차의 바람 빠진 바퀴가 텅텅 소리를 내며 휙 지나간다. 운전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젖어드는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