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머니가 그렇게 궁금해요?

주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

by 나를 아는 사람

사람들은 회사에서 내가 들고 다니는 작은 주머니를 복주머니라 부른다. 손에 들고 다니기 싫어서 바지 주머니 여기저기 물건을 넣었더니 울룩불룩해서 작은 손가방이라 생각하고 주머니 하나를 팔목에 걸고 다닌다. 화장품이나 지갑 등 작은 물건을 사면 담아주는 용도로 쓰인 주머니를 재활용한 것이다. 똑바로 쫙 펼쳐보면 네모 모양인데 양쪽으로 나와 있는 줄을 잡고 잡아당기면 복주머니처럼 변한다.


불룩한 복주머니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내가 봐도 궁금해 보인다. 겉에서 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성격 급한 어떤 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의 팔 목에 걸려 있는 복주머니 주둥이를 벌려서 속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막상 들여다보면 별것도 없는데 보기에는 대단히 비밀스럽고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어떤 사람들은 복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며 그 복 좀 나눠 달라고 한다. 복주머니가 그냥 좋은가 보다.


복주머니 속에는 휴대폰과 비 오는 날 자전거 안장을 덮을 고무 달린 비닐, 펜, 메모지와 출입증이 있다. 거기에 가끔 누군가 넣어 주는 사탕 몇 개가 들어갈 때도 있고, 우유가 들어갈 때도 있고. 초콜릿이 들어갈 때도 있다. 들어가기 바쁘게 나간다. 주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다. 복주머니를 통해 들어왔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점심시간 오고 가는 길에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기도 한다. 사탕은 하나인데 두 사람을 동시에 만나면 사탕을 복주머니에서 줄까 말까 망설이다 주지 못할 때도 있다.


오늘은 복주머니에 군고구마를 담았다. 어젯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에어 프라이기에 구운 고구마다. 글쓰기에 빠져서 고구마를 뒤집지 않거나 너무 오래 두면 탄다. 평소와 달리 글쓰기를 하면서도 고구마에 집중해서인지 고구마는 적당히 잘 구워졌다. 복주머니에 담긴 군고구마를 나눠주고 나니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빈 복주머니엔 아직 군고구마의 구수한 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머니의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내 마음의 무게는 가득 찼다.


빈 복주머니를 다시 가득 채우러 간다. 그곳에는 항상 간식거리가 넘친다. 방 주인은 언제든지 먹거나 가져가도 되는데 받았다고 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편의점으로 변해가는 그 방의 한편에 있는 작은 테이블 위. 방으 들어가서 주인에게 복주머니 주둥이를 벌렸더니 나눠 먹으라며 간식을 가득 채워 준다. 수북하게 채운 것 중에는 시는 차와 커피, 먹거리가 있다. 간식이 필요한 곳에 나눠주고 나니 다시 복주머니 배가 홀쭉해졌다.


복주머니가 이젠 스스로 담기 시작한다. 주둥이를 벌려서 한 글자 한 글자 모은 뒤 문장을 만들어 주머니 배를 채운다. 물건이 들어왔다가 나가면서 받은 사람과 줄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머니 밖으로 툭툭 던진다. 난 문장을 받아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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