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날인만큼
며칠 전부터 집 안팎을 청소하고
하루하루 기다리네
좋아도 생각나고 슬퍼도 생각나는
자식들이 모여들어
집안을 채우니 좋네
근데 무슨 일일까?
큰방에 모여 앉아
나를 위해 뭔가를 의논한단다.
가끔 서로 맞지 않은 것이 있는지
웃음이 끊기네
중간중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구나.
나를 위해 모였다니 좋구나! 좋아!
큰 놈 작은놈 할 것 없이
다 같이 있으니 좋기만 하네
큰방에는 자식들이 가득,
작은방에는 손주들이 한가득
이 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아쉽게도 금세 간다고 하네
텃밭을 누비며 잘 자란 채소를
바리바리 챙겨간다고 분주한 자식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키웠는데
주는 것도 모자라 더 주란다.
줄까 말까
늙은이 마음에 갈등이라는 것이 생기네
아까워 아까울까.
그저 더 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냉장고가 텅 비어 버리고
텃밭에 잘 자란 배추 사이가
이 빠진 놈처럼 듬성듬성 비어도
좋은 놈 고르겠다고 설쳐대는 자식들
반가움도 잠시, 가고 나니 섭섭하네
그 움직임이 더 생생해서
볼 때마다 생각나고
보이지 않으면 더 생각나네
삐뚤삐뚤 얹혀있는
돌담 너머로 고개를 쭉 빼어 들고
자식들 흔적을 찾아 보네
언제 또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