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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를 아는 사람 Jul 17. 2023

편하면 습관 된다고요

비 오는 날 점심시간 사내 식당으로 가는 길. 우산을 펼치기 직전 승용차가 가로막아 선다. '타세요. 식당에 가시지요. 모셔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차에 탄다.  운전자는 차를 몰고 가다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두 사람 에서 다시 정차한다. ''타세요. 태워드릴게요!' 사람은 '이렇게 고마울 수가'하미소 기득한 얼굴로 우산을 접고 차에 탄다. 운전자는 '모두 저의 고마운 고객이잖아요'하며' 승객들에게 웃음을 보낸다. 운전자의 따스한 배려 덕분에, 점심 먹으러 가는 길이 무슨 특별한 상차림이라도 기다리고 있듯 승객과 운전자는 '하하 호호' 신이 난다.


위 상황의 실체는 탑승한 세 사람이 고객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사함을 표하는 운전자의 마음속 고객인 셈이다. 운전자가 '고객'으로 불러 주고 대접해 주니까 고객이 된 것이다.  실제로는 운전자가 회사의 중요한 고객이고, 승객들은 모두 회사의 사원들이다. 운전하는 고객은 평소에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함이 몸에 밴 사람이다.  언제나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한다.


식당 앞에 차는 정차 했고 난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한다. 차에서 내리는데 바로  앞에서 는 사람을 만난다. 차에서 내리는 나를 보고 옅게 웃는다.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하고 만다. 자랑처럼  '오늘은 점심 먹으러 편하게 왔네요' 했더니, '매일 편하셔야죠'  한다. '네? 편하면 습관 된다고요!' 하며 난 웃고 말았다. 청소하는 나에게 '조금은 편할 때도 있어야 한다'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 나보다 조금 더 부족한 사람, 나보다 훨씬 겸손하고 훌륭한 사람도 만난다.  나 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난 어떤 사람의 부류에 속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은 지닐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 보다 부족한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며 산다. 나 보다도 부족하면 몰라서 살아가는데 몹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더니 그냥 지나가지 않고 생각에 물을 듬뿍 주고 갔나 보다. 아마 생각의 힘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계속되는 비 오는 날이 싫어질까 봐. 좋은 거 하나는 주고 갈 심산인가 보다. 마음이 따스한  햇살 받은 것처럼 맑고 환하게 퍼져서 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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