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신년계획의 반성
마지막 달 12월이 다 가고 있다.
2024년 1월이 그야말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라니!
올해 초,
오래간만에 커피를 마시면서 신년 계획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연구실 사람들과 점심식사 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저마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웠노라 굳은 다짐을 나누었다.
평범한 다짐들이 그날은 유독 흥미롭게 들렸다.
그들의 신년계획은 대체로 자신들의 삶에 반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뭇 진지한 말투로 농담을 던지시는 교수님의 새해 계획은 '농담 금지'였다.
평소 '어디 가서 그런 농담하지 말라'는 아내의 훈계를 따랐다고 하셨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다이어트를,
담배를 즐기는 사람이 금연을 다짐했다.
익숙하지만 싫은 자신의 못난 점을,
새해를 계기로 바꿔보리라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작심삼일로 끝날 공산이 컸다.
매번 실패하는 신년계획의 까닭을 깨달은 듯했다.
그래서 올해에는 나의 본성을 찾는 계획을 세웠더랬다.
바로, '낭만찬 한 해를 살자'!
이를테면,
이득과 손해 사이 차익, 인간관계와 기회에 상응하는 가치를 따져가며 사는 어른의 셈법을 잊을 것.
주변에서 인정하는 가치보다, 내가 원하는 가치를 따를 것.
목표 달성을 위한 유익과 효용만 쫓기보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기쁨을 충분히 누릴 것.
뜨거운 열정만큼 차분한 여유를 품을 것.
벌써,
올 한 해를 계획대로 살았는지 검토해 볼 연말이 되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또) 부질없이 세운 꼴이 되었다.
'낭만충만한 삶'이 본성과 맞을지는 몰라도, 지금껏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한 해 분의 젊음을 내어놓고,
마음속 구석에 채우려 한 적 없는 근심만 들어찼다.
나만 도태되는 듯한 불안,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
쓸모없는 사람으로 탈로 날 것 같은 공포.
더 한다고 키 한 자 보탬 없을 염려에 긴 밤을 뒤척이다가,
언제나 현실을 핑계 삼아 미루어왔던 낭만이었다.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2024년 밤,
다른 낭만족들에게 2025년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