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지아에 있었을 때-2.
밤 9시에 공항에 도착한 것은 처음이다. 인천국제공항은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밤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9시 반이 되자 출국장의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면세점은 기이하리만치 한산했으며, 잠을 깰 만한 커피를 파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편의점도 약국도 없어 나는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구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들 - 물티슈라든가 - 을 사는데 실패했다.
아래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유리창에는 오렌지빛 물방울이 반짝이고 있었다. 천장의 모서리만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빛나고 터미널의 기다란 몸통은 어둡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밤의 공항 의자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은 낮의 여행객들보다 훨씬 편안해 보았다. 서로 몸을 기울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낮은 목소리가 밤바람에 몸을 부대끼는 나무들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조금씩 잠이 오기 시작한다.
낯선 곳으로의 기나긴 여행을 앞두고 잠이 오다니.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꾸벅꾸벅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