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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Apr 10. 2023

지각비 걷는 회사? 야근 수당은 0원!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 알고 보니 블랙기업? (7)

취직과 퇴직을 반복하며 자신의 나약함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 사실을 글로 적어보기로 생각을 전환했던 작년 10월의 어느 날.

SPC 제빵공장 사망 사고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참담하고도 안타까운 현실을 보며 애도의 마음에 잠긴 이후... 아직도 이 세상에 나보다도 훨씬 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회사 생활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글로 써내려 가는 게 맞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고민이 됐다.


그러는 와중에 우연한 기회로 넷플릭스에서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 초반부에는 별 재미를 못 느끼다가 점점 염창희, 염미정, 염기정 삼 남매의 회사 생활을 힘들게 하는 빌런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공감이 갔다.


'그래, 저게 회사지!'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개자식 한 명씩은 품고 있으니까. 



그들의 개자식들 이야기를 듣는 게 나는 재미있었다. 나만 이러고 사는 게 아니구나, 다들 그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게 나는 좀 위로가 됐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가 아주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면서.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그도 그럴 것이 내가 A사에서 겪은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쉽게 믿어주지를 않는다.

그야말로 들으면 ‘에이, 설마…’라는 말이 나오고야 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회사원이 회사를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다. 회사원은 월급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에 괴인들의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에 치이며 괴로운 회사생활을 했지만 월급으로도 보상을 받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열정 페이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월급은 연봉을 13개월로 나눠서 줬는데, 그 이유는 1개월 분은 퇴직금 몫으로 빠지는 것에 있었다. 나는 이게 불법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단지 연봉이 높지 않은 경우 회사가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킨다는 의미는 구직자들에게 언뜻 연봉이 높아 보이게 하는 비열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안 그래도 적은 연봉을 13으로 나눠서 받으면 세금을 제하고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정말 적어진다. 처음 수습기간 3개월은 월급으로 100만 원 정도를 받았으니 알바를 해서 한 달에 벌 수 있는 돈보다 적었다. 수습기간이 끝나 연봉협상을 한 이후에는 월급으로 약 150만 원 정도를 받은 것 같다.






월급이 적은 것, 복지가 없다시피 한 것을 넘어서 A사는 블랙 회사가 확실했다. 회사 출근 시간인 9시에서 1분이라도 지각을 하면 경영 지원팀에 지각비 5천 원을 내야 했다.


반면 늦으면 11시, 12시까지 매일 당연시되던 야근에 대한 수당은 0원이었다. 물론 회사원이 지각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공짜로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날이 허다한데 다음날 지각을 하면 지각비까지 내라니...


이것은 회사 입장에서 창조경제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으로 온라인에서 검색만 해봐도 지각비를 걷는 회사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지각에 대해 비용을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A사에서는 회사에 뛰어서 들어오는 풍경이 아주 흔했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많으면 높은 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오는 사원들도 있었다. 사원증을 찍어야 출근이 인정되기 때문에 서로 사원증을 먼저 찍으려고 줄을 서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지각비는 어디에 사용됐을까?


일단 명목상으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생일을 맞은 직원의 케이크를 구매하는 데 사용을 했다. 하지만 내 생일 때 나는 케이크를 받아본 적이 없다.  물론 사원들에게서 걷은 지각비로 산 케이크를 받았다고 해도 그다지 기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황당한 것은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지각비를 대표의 생일에 케이크는 물론 명품 선물을 사는 데에도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대표는 항상 낮 시간에 출근을 하거나, 출근을 하지 않거나 해서 지각비를 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1분이라도 늦으면 명단 작성해서 5천 원씩 걷은 돈으로 산 대표를 위한 선물을 사다니, 비상식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기본급이 적은 만큼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거나 보너스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식대도 제공되지 않았다.


점심값만 해도 회사 근처 식당에 가면 1만 원은 넘는 금액이다 보니 나를 포함한 사원들은 모두 가끔은 도시락을 싸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사다 먹기도 했다.


하지만 절약도 제정신일 때 하는 거지 일에 지쳐서 힘들면 그냥 피곤할 때 커비빈 가서 헤이즐넛 커피 사 마시게 되고, 점심만이라도 나가서 바깥공기 쐐며 맛있는 걸 사 먹게 된다.


나는 원래 A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초콜릿 맛을 잘 몰라서 먹지 않았었는데, A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가나 판초코를 사서 그대로 까먹는 습관이 생겼다. 초콜릿 말고도 회사 책상 서랍에는 단 것들이 넘쳐났다.


일 하면서 단 거라도 안 먹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런 간식 사 먹는 것도 적지만 다 돈이고... 식대나 교통비를 포함해 회사를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은 많은데 월급은 적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회사까지 왕복 출퇴근 시간이 길어도 독립은 꿈도 꾸지 못했으며 점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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