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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귀 Jun 05. 2023

중소기업을 다룬 드라마는 늘 내 얘기 같아서

경력직이지만 신입 무기 계약직입니다 (4)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


오래전에 tvN에서 방영한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유튜브로 찾아본 <좋좋소>까지 중소기업의 일상을 담은 드라마들에는 항상 별 그지 같은 인간들을 그린 캐릭터들이 있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웃픈 에피소드들이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인 이영애는 능력이 좋은 디자이너인데 왜 계속 성희롱이나 막말을 일삼는 유형관 사장 밑에서 아름다운 사람들 (영애가 다닌 회사)에 계속 다니는 걸까? 


<좋좋소>의 주인공 조충범은 스펙도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는 설정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한번 도망갔던 회사를 다시 다녀야 했다지만, 어떤 원동력으로 계속 정승 네트워크 (충범이 다닌 회사)를 다닐 수 있었을까?


드라마를 보면 그 속에 답이 나온다. 매일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회사 생활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동료들이 있고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피어난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혐오스러웠던 캐릭터들에게도 정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시즌이 거듭돼 나중에 유형관 사장이 귀농해서 영애와 전화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쏟을 정도였다. (그렇게 싫어했는데)






나도 그랬다. 이상한 일들이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서도 웃을 일들은 많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행복한 순간들이 B사를 다닐 때 있었다.


B사에서 만난 마음 맞는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던 시간은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꼭 다 같이 모닝커피를 마시던 시간도 좋았다.


내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서포트 일을 하다 보니 나중에는 나 오는 거만 기다려주던 다른 팀 사람들도 있었다. 근무하다가도 내가 가면 잠시 시간을 내어 주어 웃고 떠들던 시간은 소중했다.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는 업무 시간 외에도 근처 맛집을 돌아다니며 함께 추억을 만들었고 일이 힘든 날은 트럭에서 파는 곱창을 사다가 같이 소주를 마시며 회포를 풀기도 했다. 


퇴사를 한 지금도 그들과는 연락을 꾸준히 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사회 초년생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진 회사에 대한 모든 기준은 A사에 맞춰져 있었는데, 업무 강도를 따져보면 사실 B사의 업무는 어렵지가 않았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부서를 옮겨 다니며 도와줘야 했던 콜센터 업무나 편의점, 다른 팀 서포트를 하는 것은 금방 익숙해졌고, 나의 주된 업무인 홍보 일은 업무량 자체가 적어서 무리가 되는 일이 없었다.


일이 바쁘지 않으니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내 개인적인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그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어줬다.


홍보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사내 이벤트나 외부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했는데, 이벤트를 준비하는 건 시간이 걸리고 품이 들지만 막상 이벤트를 하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업무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그건 정말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체적으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좋았고, 이벤트이다 보니 참가하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너무나 좋았다.


행복한 순간들은 너무 많았다. 그냥 이대로 B사를 계속 다니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워라밸을 맞춘 생활을 하며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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