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보다 유독 시댁을 좋아한다.
시댁 가는 것을 즐기며 그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예민한 성격의 나는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 과도한 에너지 소비로 쉽게 지쳐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땐 그걸 몰라서 남편한테 짜증 내고 울면서 이야기한 적도 많았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을 만나면 온통 시댁 식구들 자랑만 늘어놓는, 주변에서 알 정도로 시댁러버가 되었다.
내가 이렇게 된 비결이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주자면 바로 '거절하기'이다.
예를 들면 "오늘 놀러 와~" > "피곤해서 못 가요." / "이거 가져가~" > "집에 이미 너무 많아요."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이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 마음속으로 꿍할 것 같은 일은 일절 만들지 않는 것이다.
피곤한 날에 억지로 방문해서 더 피곤해지고 먹지도 않을 음식을 가져와서는 곤란해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의 탓만 하게 되고 마음이 멀어지게 된다.
우리 남편을 사람 만들어준 고마운 분들을 미워하는 것은 너무 모진 마음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내가 이뻐 보이려고 노력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자연스럽게 만남에 대한 부담스러움이 사라졌다.
'혹시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싫어하진 않을까?'
두려울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미움을 받게 될 수도 있지만, 내가 그들을 미워하는 것보단 낫지 않은가.
어차피 셤니샵지도 시댁 역할이 처음이다.
서로를 위해 적절한 거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