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집 Jun 18. 2024

'나는 산후 도우미입니다.'

둘째 분유를 먹이며 혼자 밥먹고 있는 첫째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짠한 마음에 자꾸만 가슴이 울컥거렸다. 동치미 국물을 마시겠다며 두손으로 그릇을 잡고 후루룩 하는 모습이 왜이리 애처롭고 안쓰러워보이던지; 하필 그때 마침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이 내표정을 보고 오늘 힘들었냐 묻는다. 배고파서 울고있는 둘째를 두고 첫째를 챙기고 있자니 둘째의 울음소리가 점점 커졌고, 둘째 맘마주느라 혼자 밥먹고 있는 첫째를 보자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설명했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이 이렇게 대답한다.

"아 그냥 바쁜거였네. 일할 때보면 바쁠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도 있잖아. 감정 싣지말고 업무라고 생각해봐." 처음에 그 말을 듣고 아직 울컥거림이 남아있는 상태라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했었다. 그리고 아빠랑 조잘거리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진정되었다. 다시 남편의 말을 생각해보았다. ’업무라고 생각해봐.‘



다음날, 주말에 처음으로 둘째와 단 둘이 있게 되었다. '나는 산후 도우미다.' 생각하고 미션을 하나하나 클리어해보았다. 배고플 때 먹이고, 심심할 때 놀아주고, 잠올 때 재우고, 집안일이 있으면 짬짬히 집안일을 해나갔다. 이전보다 훨씬 육아난이도가 쉬워졌다. 울음에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출산 후 알 수 없는 호르몬 작용으로 감정이 오락가락 할 때 산후 도우미에 빙의하는 방법, 괜찮네.

이전 12화 "엄마도 심심하고 싶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