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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Nov 27. 2019

감정의 디지털화

 당신은 채팅방 너머, 타자를 치고 있을 상대방의 감정을 알 수 있는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옆 사람의 카카오톡을 본 적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의 메시지를 표현한 글이었다. 아마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그 사람은 얼굴에 웃음 한 점 없었다. 상대방의 채팅이 상대방의 감정과 과연 대응하는가? 채팅 내용만으로 상대의 감정을 알았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상대의 감정은 쓰인 글을 통해 내가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글을 통한 감정표현은 언제나 어려웠다. 우리는 책에서, SNS에서 감추어진 감정을 상황과 맥락을 통해 해석해왔다. 나아가 그 사람의 면대면 상황에서의 성격, 말투를 투영하여 해석한다. 하지만 빨라지는 세상, 빨라지는 채팅의 속도에서는 이를 분석하고 해석할 시간이 없다. 상대의 감정에 가깝게 다가선 순간 채팅은 이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래서 우리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만들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조금 더 직관적이고 빠른 감정표현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모티콘은 정말 그 사람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을까? 무한에 가까운 사람의 감정을 몇십 개의 이모티콘으로 디지털화한 것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모욕이다. 감정표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모티콘은 이제 하나의 시장으로, 상업수단이 되어 커뮤니케이션을 오히려 저해하는 모습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면대면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만, 복잡한 감정들을 상대의 표정, 말투, 숨소리를 통해 조금은 상대의 감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SNS를 통한 시공간을 넘어선 소통, 물론 좋다. 하지만, 상대방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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