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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Mar 28. 2020

‘사랑을 줄게.’ 달콤한 폭력


‘사랑을 받다, 사랑을 주다.’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원래 원형은 ‘사랑하다’라니까. 우리는 사랑을 주고받지 말고, 서로를 사랑하자. 사랑만 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너한테 가고, 네가 나한테 오는 거야.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들은 우리가 깨닫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원래 있었고, 지금도 있는 것. 우리는 항상 이를 잊고 산다. 사소한 물건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다. ‘나’라는 존재는 엄청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잊기 쉽다. 엄청난 확률을 통해, 수많은 시간을 통해, 내가 존재한다.

 내가 소중하듯 ‘너’도 소중하다. ‘나’와 동등한 ‘너’라는 사람의 존재도 엄청난 것이다. 그런 ‘나’와 ‘너’가 만난다는 것, ‘나’와 ‘너’가 사랑한다는 것은 더더욱 엄청난 것이다.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인생과 만나는 것이다.     


 ‘사랑을 줄게.’ 달콤하지만, 폭력적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주고받는다면, 사랑은 객체로 전락하고 만다. 소중한 사람들 간의 ‘무언가’가 물건으로 바뀐다. 사랑은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의무의 대상으로, 누군가는 끊임없이 갈구하는 물건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닌, 대상을 위해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줌과 동시에 상대방은 나와 동등한 존재에서 내려오게 된다. 주는 것은 내 마음이고, 받는 것도 내 마음이기에 상대방에 대한 고려는 제외된 껍데기뿐인 사랑이다. 사랑의 객체화와 동시에 ‘너’의 객체화도 이뤄진다. 나중에는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를 잊고 하룻밤만의 사랑을 찾고, 상대를 자신의 외로움을 치유해 줄 대상으로 보게 된다.


 사랑의 원형은 ‘사랑하다’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것은 서로가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나’의 소중함과 ‘너’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존중과 배려가 전제되어야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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