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비가 오던 날, 오랜만에 우산을 펼쳤다. 집을 나서 우산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손잡이가 떨어졌다. 우산을 쓰고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어서였는지 녹슬어 떨어진 모양이었다.
손잡이가 없는 채로 우산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까 봐, 남들이 쓰는 평범한 우산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나는 부러진 우산 손잡이와 우산대를 한 손으로 잡았다. 부러진 적이 없던 것처럼, 평범한 척 길을 돌아다녔다. 불편했지만 평범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기에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 왜 우리는 항상 남들처럼 행동해야 할까? 나는 우산 손잡이를 버리고, 손잡이 없는 우산을 쓰고 걷던 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남들과 조금은 달라도, 조금은 부족해도, 조금 이상해도 뭐 어떤가. 조금 달라도, 조금 부족해도 나이기에, 남들처럼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