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익숙하지 않은 쪽으로] 15화

바닥에서 최고점까지, 그리고 보이지 않던 전환의 그림자

by 다니엘D


2020년 초, 세상은 마치 멈춰버린 듯했다.

코로나는 도시의 불빛을 꺼버렸고, 거리는 한산했으며, 공기는 정적 속에 묘하게 눅눅했다. 모임이 사라지고, 여행이 끊기고, 회사는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 사람들은 마스크 안에서 숨을 가두었고, 모두의 표정에는 불안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식 시장의 차트는 하늘을 찔렀다. 씨젠 같은 진단키트 테마주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확진자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그들의 주가는 미친 듯이 뛰었다. 공포와 탐욕이 동시에 작동하는 묘한 시간이었다.


도윤은 그 화면을 바라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건 기회일까, 아니면 함정일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위기 속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전쟁 중에, 금융위기 때, 남들이 도망갈 때 과감히 베팅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그 순간이 다시 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기시감을 느꼈다.




8억의 상승, 자부심이라는 감정


하지만 도윤이 진짜로 가슴을 벅차게 만든 건 주식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전, 그는 수천만 원의 종잣돈을 털어 서울 아파트 분양 계약을 했다.


“지금 빚내서 집 사는 건 무모하다.”

주변의 말은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도윤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건 언젠가 필요해질 기회라는 걸.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는 걸.


결과는 어땠을까?


분양가 6억이던 그 아파트는 9억이 되었고, 2020년엔 12억, 그리고 2021년엔 마침내 14억을 찍었다. 단순 계산으로 8억의 상승. 수천만 원이 수억 원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밤마다 시세를 확인할 때마다 도윤의 가슴은 묘하게 벅차올랐다.

“내가 옳았다. 그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움직였다.”


만약 그때 두 채, 세 채를 더 샀다면? 그는 이미 몇십억 자산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 상상은 달콤했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주식에서의 아쉬움, 그리고 숫자의 깨달음


주식도 올랐다. 어떤 종목은 3배, 4배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시드가 적었다.


그는 그 사실이 가장 아쉬웠다.

“부동산은 100%만 올라가도 몇억인데, 주식은 300%, 400%가 되어도 억 단위 수익을 만들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역시 숫자에 밝은 도윤은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큰돈을 벌려면 애초에 시드가 커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부동산이 가진 레버리지의 힘을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변해가는 공기, 규제의 그림자


2021년 말, 부동산 시장은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즈음부터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취득세 중과, 전매 제한, 양도세 강화 등 수십 차례의 규제를 퍼부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그 파도는 경기도, 대전, 울산, 천안까지 전국의 핵심 지역을 집어삼켰다. 마치 세균전처럼 한 번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새로운 규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문제는 그 규제가 단순히 투기 세력만 겨냥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2020년, 2021년 등기 예정자 중 일부는 대출길이 막혀 잔금 마련에 실패했다. 집은 올랐지만, 집을 갖게 될 사람들은 오히려 고통스러워했다. 피해자들에게 구제책은 없었다.


도윤은 그 기사를 읽을 때마다 식은땀이 났다.

“만약 내가 조금만 늦게 샀더라면….”

그 순간 그의 목덜미를 스치는 한기가 있었다.




최고점의 순간, 흔들리는 마음


그의 종합자산은 부채를 제외하고 10억을 넘어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팔자니 세금과 규제가 두려웠다.

더 사자니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았다.

게다가 발목을 붙잡는 두 채의 오피스텔은 언제나 불편한 짐처럼 남아 있었다.


밤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시세를 들여다볼 때면 도윤의 가슴은 쿵쾅거렸다. 그러나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그건 마치 카지노에서 이미 딴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딜러의 손만 바라보는 도박꾼의 심정과 비슷했다.


“여기서 멈춰야 하나? 아니면 더 가야 하나?”

스스로에게 수십 번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희극과 비극의 경계


인생에서 희극과 비극은 한순간에 뒤바뀐다.

그의 머릿속에는 예전에 다녀온 카지노가 스쳐갔다.


딜러가 교체되는 순간, 공기가 달라지고 판이 바뀌었다. 인생도 그렇게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다. 도윤은 그걸 알고 있었다.


2021년 말, 그는 최고점을 찍었지만, 그 순간이 바로 추락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다음 딜러가 가져올 카드는 무엇일까.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인생의 희극과 비극은 언제나 한순간에 바뀝니다.

다음 화에서 그 순간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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