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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초과

단순하게 살고 싶다

by 이니슨

내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은 컴퓨터 바탕화면 같다.
분류가 다른 것들도 한 데 어우러져 있다. 그것들은 서로 화합하려 하지만 각자가 수십 개의 폴더가 되어 가득 찬다.


하나의 폴더 안에는 또 다른 폴더가 무한대로 이어진다. 각자의 폴더는 매 순간의 조건에 의해 다른 폴더의 것을 복붙 해 온다.


내 머리는 이미 용량 초과를 경고하고 난 방전된 로봇이 되고 만다. 정리되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이 구조는 개미집보다 더 견고해 비워낼 수 없다.

0과 1만 인식하듯 단순하고 싶지만 결코 단순해질 수 없는 이유다.


@픽사베이


오늘도 내 머릿속에선 무한대의 폴더가 다른 폴더의 데이터를 끌고 와 부피를 불린다.
또 용량 초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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