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들은 육아라는 어려운 것을 도맡아 하면서도 왜 매번 무시받고 노는 여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걸까?
내가 내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비로소 육아가 얼마나 힘들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엄청난 팩트를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알길 바란다. 함께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 비판하지는 않길 바란다.
Image by Bianca Van Dijk from Pixabay
몇 년간 '독박육아'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며 많은 댓글들을 봤는데, 댓글의 종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뉘었다. 나와 같이 힘들어 죽겠다고 공감하는 댓글, 선배부모로서 나와 같은 사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댓글, 니 애 키우는데 뭐가 힘드냐고 질책하는 댓글, 네가 나가서 돈 벌어라며 속되게 표현하는 댓글.
특히 마지막 종류의 댓글을 보면 자연스레 '애 키우는 건 쉬운 줄 알아? 육아가 집에서 노는 건 줄 알아? 며칠이라도 해보고 말해!', '내 남편이 나보고 독박육아 맞다는데!!!'라며 분노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다는 이야기가 결국 나 혼자만의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왜 알아주지 않는 걸까.
아이가 없던 때의 나를 떠올려봤다. 나 역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무식했다. 육아에 대한 어떤 것도 알지 못하면서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도 넷 낳겠다고 했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이었는지도 모른 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 나는 수시로 지옥을 맛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별 것 아닌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아이들을 향해 소리 지른다. 그리고는 빌어먹을, 젠장, 짜증 나... 온갖 부정적인 말들을 읊조린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한동안 씩씩 거리고서야 진정되곤 한다.
화가 나서 미치겠고,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미치겠고, 매일 나 혼자 이러고 있어서 미치겠고. 별의별 이유로 나는 매일 미칠 것 같다. 화가 쌓이고 쌓여 가슴이 아프고 숨이 턱턱 막히고 금방이라도 내 몸이 부풀다 터져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걸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애는 너만 키우냐', '너도 나가서 돈 벌어봐'라는 말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육아는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치우는 등의 육체적인 노동을 기본으로 이렇게 정신적인 노동까지 필요로 한다. 내 아이 키우는데 힘들다는 내 자신을 향한 죄책감은 덤! 이뿐인가. 사회에서 낙오된 것 같아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간 쌓아놨던 경력은 단절된다.
이처럼 힘든데도 왜 어떤 이들은 전업 엄마들을 '노는 사람' 취급하는 걸까? 스스로 해보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에 너무도 쉽게 그런 말들을 하는 걸까?
특히 아침에 커피숍에 모여 있는 엄마들을 '남편이 번 돈으로 속 편히 커피나 마시러 다니는 여자'라며 눈을 흘기는 이들을 보면 화가 치민다. 회사원들의 커피 타임이 업무의 연장선이듯 엄마들의 대화에도 나름의 생산성이 있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계발이다. 결국, 형태만 다를 뿐 그들도 저들도 모두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Image by Bianca Van Dijk from Pixabay
스스로 경험하지 않은 일에 구체적인 이해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육아'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을 '집에서 노는 여자'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 엄마들을 '남편 등골 빼먹는 여자'라며 눈 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크듯 아이를 돌보는 전업 엄마들의 어려움 역시 크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