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마다 시부모님의 연락을 받는 것은, 죄송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평일에도 수시로 통화를 하는 사이인데 휴일에는 휴일이니 으레 전화가 오는 것이다. 때로는 나에게, 때로는 아이들에게, 또 때로는 남편에게.
시부모님의 연락은 주로 별일 없으면 '밥 먹자', '근처 공원에 가자'며 만나자는 것인데, 휴일에야 겨우 4인 완전체가 되는 우리 가족에겐 별다른 것 안 하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우리끼리 보내는 날도 필요했다. 하지만 만나자는 연락을 거절할 구실, 그러니까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열 번 중 여덟아홉 번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짧든 길든.
물론 시부모님이 며느리를 부려먹지는 않으신다. 그렇대도 나로서는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관계지 않나. 우리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신 이후로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편이다. 한 시간 거리에 사시던 그전에도 자주(평균 월 3회, 더 전에는 주 2~3회) 만남을 가졌다. 내 딴에는 부족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매주 아침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이번 주말에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나.. 주말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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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이 우리에게 관심이 많으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안다. 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감사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 이런 내가 못된 인간인 것 같아 자책을 하기도 했다. 내가 자책을 해야 하는 상황도 싫었다.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친정 부모님과는 서로 '무소식이 희소식' 식의 마인드를 일정 부분 갖고 산다. 연락도 2주에 한 번 정도 하려나. 당연히 만나는 것도 뜨문뜨문이다. (내 생각에)'관심이 매우 많아서 자주 연락하고 보고 싶어' 하시는 시가와 '너네끼리 잘 지내되 한 번씩은 얼굴 보며 살자'는 친정. 너무 다른 분위기는 10년이 지나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로 "다음 주에 보자"라고 하실 땐 "또?"와 "나쁜 인간" 사이를 오가느라 일주일 내내 마음이 소란하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게 꿈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어머님이 혈압으로 쓰러지시기까지 하다니.. "이번 주말은 저희끼리 보낼게요." 결혼 초의 기억들 때문에 혹시라도 맘 상해하시거나 진짜 혈압이라도 오르실까 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다. 꿈이라는 것에 안도했지만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꿈에 반영된 것 같아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부모님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 주말이 있다. 그럴 땐 무슨 일이 있으신가 먼저 전화해 "같이 저녁 드실까요~?" 한다. 이거, 가스라이팅 같은 건가(^^;;).
분명 내 마음은 또 오락가락하겠지만 주말 아침마다 전화를 받고 반강제적으로 만나야 한다는 압박만 덜어도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