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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Mar 23. 2024

하마터면 자식한테 집착할 뻔했네

너는 너, 나는 나!

이유 없는 몸살로 일주일 가량 고생했던 때의 이야기다. 온몸이 아파 낮에도 소파에 누워 앓았다. 집을 하숙집처럼 이용하는 남편은 마누라 아픈 줄도 모르고(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건가) 아이들이 곁에서 나를 챙겼다.


그때 불현듯

'남편도 필요 없고 애들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화들짝 놀랐다. 절대로, 경계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Image by Clker-Free-Vector-Images from Pixabay


아이를 키우며 다짐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식에게 집착하지 말자'다. 자식에 관심이 많으신 시부모님의 영향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고 하지 않나. 때로는, 아니 종종 시부모님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


특히 시어머니는 유독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다.  애착은 지난 글에 썼던 것처럼 결혼으로 연결된 가족들을 건사하느라 정작 내 자식들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과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의 고단함을 무뚝뚝한 남편 대신 자식들에게 위로받으며 애착은 자연스레 집착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결혼한 자녀가 분가해서 사는 데도 마음은 분가시키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을 때, 예를 들면 쉬는 날마다 만나길 원하실 때나 사소한 일상까지 알고 싶어 하실 때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생각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조금만, 아니 좀 많이 덜 생각해 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달까. 어차피 연락 자주 하며 지내니 다 큰 자식 걱정은 이제 그만하시고 두 분의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기도 하고.


그래서 미리 마음을 먹고 있다. 

자식에게 기대지 말자. 자식에게 집착하지 말자. 나와 다른 인격체라는 것을 인정하자. 성인이 되는 동시에 남이라고 생각하자!! 자주 만나는 친구들도 같은 마음이다. 누구라도 자식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서로 정신 차리게 주자는 약속도 했다.


Image by Piyapong Saydaung from Pixabay


그랬는데!! 그랬던 나인데!!!

'애들밖에 없구나'라니, 세상에!!

순간 나이 들어 자식에게 집착하게 될까 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신 차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다시 다짐한다. 집착하지 말자! 내 삶을 살자! 자식에겐 그들만의 삶이 있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마음으로 살자.


휴, 하마터면 자식한테 집착할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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