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슨 Oct 09. 2024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의 아줌마 팬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니까

사람은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처음의 느낌이 좋지 않으면 그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거리를 두곤 했다. 

러다 어느 순간 내 관심사에 따라, 혹은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정보에 따라 기존의 생각과는 다르게 보이는 것을 경험한다. 별로였거나 관심 없던 사람에게 갑자기 호감이 생기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의 느낌에만 집중했던 내 아집을 깨닫는 순간이다.

최근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에 대한 이야기다.


대니 구 유튜브 캡쳐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알게 된 대니 구는 굉장히 수다스럽고 차분하지 않은 젊은이였다. 당연히 그가 바이올리니스트고 뭐고 관심이 없었다.

휴대전화의 알고리즘은 그런 내 생각을 180도 바꿔놨다.


'바이올린 잘하는 법'을 검색했을 뿐인데 알고리즘을 타고 대니 구의 유튜브를 보게 됐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수다쟁이 청년이 아닌 진지하게 음악과 하나가 되는 음악가 그 자체였다. 바이올린 현을 빠르게 짚는 손가락, 현란한 비브라토, 활의 움직임..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어머~ 얘 왜 이렇게 멋있니~~!!


악기의 소리는 또 어찌나 세련되고 멋스러운지~.


곡의 분위기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고 몸짓으로까지 연주하는 대니 구의 영상을 보고 그의 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에게 갖고 있던 첫인상이 한순간에 박살 났다. 그때부터 수다스럽고 다소 오버스럽기도 한 그의 말과 행동까지도 좋게 보이기 시작했다. 씩씩하고 유쾌한 청년으로~!!

(밥 빨리 먹는 모습을 보면서는 '천천히 좀 먹어라~. 체할라!'라며 급 엄마나 이모, 누나 모드가 발됐다.)




Image by DreamDigitalArtist from Pixabay


과거 처음 느낀 이미지만으로 자기 자랑이 너무 심한 사람이 있었다. 알고 보니 자랑이 아니라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가감 없이 얘기하는 성향이었다.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이 걷히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좋은 모습이 훅 들어왔다. 내 편견이 그 사람의 다른 모습까지 단단히 가리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껏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 느낌만으로 판단하고 흘려보낸 인연이 얼마나 많을까. 또 나는 타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는 사람일까.


첫인상으로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고 경계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하고 어떤 사람이든 여러 모습과 내면을 알아보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다.


그나저나 대니 구가 DEEP 모임에 한 번이라도 와서 단체 레슨 좀 해주면 좋겠다ㅎㅎ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