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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 Oct 23. 2024

터널 끝을 향한 첫걸음

이혼과 창업 그 어딘가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쏟아지는 할 일 목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 등원 준비, 집안일, 밀려있는 업무까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짬을 내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따라 비가 와서인가 창밖이 흐리고 커피 맛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은 퇴근 후 예정된 멘토링이 있다.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 프리랜서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은 나에게 멘토링은 마치 작은 실험실과 같다.


"멘토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 마케팅 대행 사업에 대해 검토 및 조언 잘 부탁드립니다."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은 내 예상과 달리 젊고 패기 넘친다.


"이미 저보다 더 잘 마케팅을 아시는데 제가 무슨 도움을 더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대기업 마케팅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궁금했어요. 저는 블로그 글 쓰는 거랑 유튜브 제작에 특화되어 실무만 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봐서요."


"그것 참 잘됐네요! 저는 숲은 보는데, 나무는 전혀 몰라서요!"


우리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멘토링을 진행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허심탄회하게 깊은 속마음을 드러내 다.


"사실 저도 조만간 마케팅 대행사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대행사 경험도 없고 자금도 없고 인력 운영도 걱정이 많아요. 영업도. 제가 큰 그림은 잘 짜고 컨설팅까지 가능하지만, 작은 디테일 실무는 잘 모르고 해서..."


"그럼 나중에 진짜 창업하게 되면 같이 서로 부족 부분을 채워서 파트너 쉽 관계를 하면 좋겠어요. 그 방법으로는... 예를 들어, 제가 가진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멘토님이 사업 컨설팅을 해주시고 실행 업체로 저희 대행사를 외주로 써주시는 거죠. 그럼 서로 Win-Win 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했던 대표님의 적극적인 제안에 숨어있던 이 콩닥 인다. 마치 깜깜한 터널 속에서 출구 끝 작은 빛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


사실, 이 모든 것 뒤에는 나의 힘든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8년 전,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을 때, 남편은 나를 향해 "네가 무슨 대학원이야? 아이 똑바로 키우고 맞벌이나 잘해서 돈이나 더 벌어라"며 비웃었다. 남편은 늘 나의 새로운 도전을 폄하하고 돈과 시간을 빌미로 모든 가능성의 희망을 주저앉히곤 했다.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남편이지만 그래도 바람은 안 피우니까 아이를 봐서라도 잘 맞춰가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둘째 아들까지 출산을 어느 날, 남편의 휴대폰에서 우연히 여성 불법 마사지 샵의 문자를 발견했을 때,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남편의 크고 작은 거짓말들을 순진하게 믿어왔던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럽고 후회스러웠다.


결정적으로 올해 초 큰아들이 남편에게 쇠 꼬챙이로 손을 맞아 응급실에 실려 간 일은 나의 오랜 이혼 고민에 쐐기를 박았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남편의 훈육을 빙자한 체벌의 강도도 기하급수적으로 거세다. 아이들을 위한다며 이혼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헤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바로 당장 이혼까지 결사할 각오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정 내 문제라는 이유로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나는 오랜 시간 이러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이혼을 결심하였지만, 이혼 후 홀로 직장생활을 하며 ADHD 장애가 있는 두 아들을 키울 것을 생각하면 먼저 경제력이 든든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혼하면 가장 먼저 지금 집을 팔고 하급지로 이사를 가야 할 텐데, 환경 변화에 크게 자극받는 우리 아이들의 특성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까 봐 걱정된다. 특히, ADHD 증상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런 고민 중에 오늘 대표님과의 만남은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 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사업에 성공하고,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어낸다면 이혼이라는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의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양육, 남편과의 관계 정리, 그리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두려움까지.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것처럼, 나의 의지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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