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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Jan 13. 2020

가정은 직장이 아니다

어린 딸과 함께 전국에 있는 모든 박물관을 다녔다는 어느 아빠 이야기.
중학생 딸이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는 왜 나랑 안 놀아줘?"

아빠는 어이가 없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운전대를 잡고 박물관을 딸과 함께 다녔다.  
다른 엄마들도 가정에 충실한 아빠를 대단하다며 부러워했다.

그런 아빠를 두고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빠랑 놀이터에서 소꿉장난하고 싶었단 말이야."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인생일까?'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하루하루 행복하면 좋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가족들이 생각하는 행복과 다를 수 있다.

복잡하다.

내가 최수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쉬는 날 아이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정했다.
"어디 가지? 뭐 할까?"
"그래. 목표는 동물원이다!"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처럼 계획을 세웠다.
"아침 8시까지 기상하고, 9시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10시 30분까지 동물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모든 가족들은 준비를 철저히 할 것!"

통보 아니 명령을 했다.

명령은 자유를 제한하고 관계를 멀게 한다.

'나도 박물관 다닌 아빠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가정은 직장이 아니다.

본질은 행복이다.


동물원 가는 날 아침.  
아이들은 아직도 이불속에 있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식탁으로 하나둘 모여든 아이들은 눈을 비비며 동물원에 가자고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원에 가는데 아빠가 짜증을 내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 하루 가족들 모두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동물원을 뛰어놀던 아이들은 염소 먹이 주는 일에 몰입한다.
드넓은 사파리와 공원, 무대행사와 놀이동산을 뒤로하고 말이다.  
냄새 풍기는 염소에게 먹이 주는 놀이에 아이들은 빠져있다.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이 원하는 거야'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휴식을 원했던 아내에게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나는 커피를 마셨고 아이들은 염소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동물원을 나왔다.
값비싼 입장료를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비용 대비 경제적 가치에 대해 따지려다 포기했다.
가족들 모두가 바라는 것을 했고,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냈으니 뭐 괜찮다.
가정은 직장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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