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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Dec 27. 2022

최고의 성탄선물

산타 꼬맹이가 왔어요

크리스마스이브날, 가족들과 모처럼 여행을 다녀온 뒤 바리바리 싸갔던 짐을 풀어 정리하는데 남편이 흥분한 목소리로 들어온다.

 "현관에 웬 선물이 와있어."

의아해하며 쇼핑백을  여니 올 해도 어김없이 8층 꼬맹이들이 성탄선물을 현관 앞에 놓고 갔다.


쇼핑백 안에는 아이들이 손글씨로 쓴 카드와 쵸코렛 두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8층 사는 초록이네가 보낸 것이다.    초록이네는 중 2 초록이와 밑의 9세, 3세인

 두 남동생이 있다.  초록이네는 친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데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셨던 아빠가 올해 심장마비로 그곳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충격으로 초록이 엄마는 한 달간 두문불출한 채 울었다고 들었다. 오래간 떨어져 살다가 마지막 인사조차 남기지 못하고 객지에서 죽은 남편, 아빠, 아들을 생각하며 그 가족이 얼마나 큰 슬픔의 파고를 견뎌왔을까.


아이들은 아빠의 죽음을 아직 모른다.  늘 천진한 표정으로 오갈 때마다 만나는데 , 중2인 초록이가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픽업하고 챙긴다.


매년 성탄절이 되면 이 삼 남매는 우리 집에 작은 선물과 손글씨 카드를 보낸다. 그 정성이 너무 예뻐 성탄절 내내 가슴이 따뜻하다.


이번에 아이들이 놓고 간 쵸코렛이 고마워 성탄 케이크를 사서  갔다.   문을 열고 수척한 얼굴로 나오신 할머니가 케이크를 보더니 이내 미소를 띠신다.

말씀은 안 하시지만 장남을 잃고 아직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그분의 아픔이 느껴진다.


" 아이들의 선물을 보고 감동이었어요. 오늘 성탄절이니 저녁때 함께 드세요."

할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이브 날 아이들이 우리 집에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 3세 막내는 우주복을 입고 갔다고 하신다. 최대한 산타할아버지 같은 복장을 입으려, 우주복을 입고 누나 손을 잡은 채 우리 집 현관에 선물을 놓고 갔다는 말에 나는 함박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그러면서 "쉿, 산타할아버지는 절대 들키면

안 되니까 누나, 빨리 가자." 하면서 서둘러 왔다고 한다.

동심이 가득한 막내 꼬맹이의 말을 전해 들으니  내 마음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해진다.


최고의 성탄선물을 줘서 고맙다. 너희의 앞날을 위해서 아줌마도 함께 기도할게. 비록 아빠는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이렇게 예쁘게 크는 너희 모습을 항상 응원하고 계실 거야~


산타 꼬맹이들이 전해 준 선물로 한결 따뜻해진 성탄절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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