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와 함께 일하기

남편의 직장생활

by 그대로 동행

남편이 나이 50이 넘어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회사 생활에서 어려워하는 게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 mz 세대와 공존하는 것이다.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퇴사하겠다고 불평하고, 예전 같으면 납득할 수 없는 별 사소한 핑계로 조퇴나 결근도 자주 한다.


일을 물어 가면서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데, 자신이 모르는 일이라고 넋 놓고 있을 때도 있고, 틈만 나면 코인, 주식 등의 시세를 확인하며 재테크에 열심이다. 상사의 말도 흘려들으면서 궂은일은 서로 미루는 젊은 세대들을 어르고 달래면서 일 시키느라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그래서, 그런 후배들을 어떻게 설득해서 일을 해?"라고 물으니 남편 왈

" 뭘, 설득해? 그럴 때마다 우리 애들 생각하지.

아휴, 내 아들이 커서 저렇게 되겠지. 그러니 남 얘기할 것 없이 그저 아들이라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하자고..."

남편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한 편으로는 아들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상사의 말이라면 죽는시늉도 한다는 일념으로 업무에 매진했고, 조퇴나 지각 등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군기 바짝 들어간 채로 회사생활을 했었다. 상사의 퇴근을 확인한 뒤에야 사무실 문을 나서고, 묻는 말에는 절대 토를 달아서는 안 됐다. 숨 막히는 조직 생활에서 야근을 밥먹듯이 하면서, 치열한 경쟁에 쫓겼다. 그때 이미 군대생활을 체험한 남자 직원들이 훨씬 적응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그때 왜 그토록 아무 소리 못하고 경직되고 숨 막힌 조직생활을 했나 하는 회의감도 든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모르는 건 스스럼없이 찾아가며 묻고, 할 일을 끝내면 알아서 집에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른 것 같다.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자신을 위한 투자에 열심이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도 당당하고 적극적이다. 더 이상 회사가 그들 삶의 중심이 아니라 언제든 이직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산다.


참 부러운 삶이다. 자신의 길을 능동적으로 개척하면서 주인이 되어 산다는 건. 문제는 그로 인해 급여나 업무에 불만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퇴사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남편은 격세지감을 느낀다.


얼마 전 회사에서 그런 직원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인상해 줬더니 그 이후에는 별 말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더란다. 그런 남편의 말을 들으며 세대 차이 나는 젊은 세대와 더불어 일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고 말해줬다.

"그래. 내 아들도 커서 이렇게 사회생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 부족해 보여도 당신이 좀 다독이며 이끌어 줘요. 그리고 옛날 얘기 너무 많이 하면서 라테 티 내지 말고.... 기왕이면 차림도 좀 젊게 하고 다니고."

남편은 허공을 향해 한숨을 짓더니 힘없이 '알았어...'라고 힘없이 대답한다.


주변에서 좋은 곳에 취직했다고 축하해 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표를 썼다는 자녀들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이라도 자신이 싫으면 할 수 없단다. 더 이상 직장이 삶의 전부가 아닌 젊은 세대를 보면서 언젠가 내 아들도 그렇게 사회의 일원이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마냥 부족하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리숙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얼마나 좌충우돌하면서 살까.

그러나 우리도 한 때는 기성세대의 속을 썩이는 그 골치 아픈 젊은 세대가 아니었던가.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끙끙 앓게 하는 신참 직원이었음을 기억하자.


그때 그 상사의 관대함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혈기 왕성한 젊은 세대가 또 누군가의 귀한 자식임을 기억하면서 이끌어줄 수밖에...


그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따뜻한 어른들을 만나 내가 부족하나마 사회생활을 무사히 영위할 수 있었듯이 우리 아이들이 그런 어른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편과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어른이 되어야겠다.


그럼, 그 사랑을 입은 MZ 젊은이들이 또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온기를 지니겠지.


미래 사회인으로 힘겹게 자기 길을 개척할 우리 아들들이 이렇게 엄마, 아빠를 성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