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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Sep 15. 2023

내가 쓰고 싶은 글

꽃이 되길

교회에서 강대상에 화분을 놓는 봉사를 햇수로 10년째 해왔다.

요즘, 날로 가격이 치솟는 생화대신 조화를 놓기로 결정돼서 지난주에 남대문 꽃집에 주문한 조화 꽃과 화분을 받으러 갔다.


명동성당 강대상을 장식하는 일을 하시는 사장님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눈부신 조화 작품을 만들어 놓으셨다. 꽃꽂이에 영 관심도 없고 식물도 키우는 족족 죽이는 통에 집안에 화분 하나 들여놓지 않고 살지만 사장님이 만들어 놓은 멋진 작품들을 보니 아름다운 꽃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다정하게 감싸 힘이 있는지 느껴졌다.


나에게 사장님을 소개해 주신 분은 오래전 인연을 잊지 않고  함께 해주신 고여사 님이다. 이전에 그분에 대한 글을 쓴 이후 우리는 20년의 세월을 뚫고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었다.

https://brunch.co.kr/@inkyung91/136

그날 동행해 여사님이 나에게 넌지시 한 마디 건네셨다.


"나는 40여 년 간 강대상에 꽃꽂이를 놓는 봉사를 했는데 꽃을 꽂을 때마다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했어요. 힘들고 지친 한 주간의 삶을 끝내고 주일날 사람들이 성전 문을 여는 순간 이 꽃을 보고 마음이 환하게 위로받을 수 있기를.... 사람들이 어디에서 이런 황홀한 꽃의 위로를 받겠어요."


그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한 번도 꽃화분을 놓으며 이 꽃을 바라볼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새벽부터 꽃시장을 돌아다닌 끝에 화분을 사고, 과연 이 꽃이 한 달간 제대로 버텨줄까, 관리는 쉬울까 가 나의 최우선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녀는 꽃을 볼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꽃꽂이를 40여 년간이나  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은 나에게 슬며시 제단 꽃꽂이에 쓰라고 헌금을 쥐어주기도 하고, 어떤 분은 마음에 큰 위로받았다고 찾아와 울먹이기도 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해보세요. 내가 놓는 건, 단순한 꽃이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전해주는 통로이다."


지난 10년간  단순히 의무로, 나의 편의만 생각하며 꽃을 놓았지만, 이제는 나도 이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꽃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강대상에 놓인 꽃은 오색의 화려한 자태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꽃을 바라보며, 삶에 지친 사람들이 성전에 들어와 위로받고,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깨닫고 가길 소망했다.

 꽃을 뒤로한 채 성전을 나오며 생각했다.

나의 글도 여사님이 얘기한 사랑의 통로가 될 수 있기를....


 성전 문을 열듯, 누군가 나의 글을 펼친 순간 투명하고 고운  꽃들의 향연으로 마음이 밝아지듯, 애써 고른 나의 문장들로 시들어간 마음이 생기를 머금기를.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 백수린 '소설 쓰는 마음 2' 중-


당신에게 가 닿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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