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큼대마왕 Jul 18. 2018

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3 - 본사와의 현명한 싸움

본사는 주재원인 당신을 해외 보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많은 분들의 배려로 좋은 기회 잡아서 해외 근무하게 된 것이니 열심히 하세요'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해외 근무를 커다란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선발한다. 과거 해외 주재원은 꽃보직이라 불렸고 한국에서 보다 많은 급여를 받고 자녀들을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말 그대로 샐러리맨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상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제 주재원은 기피 대상이다.


좌측  <머니투데이> '해외주재원' 직장생활의 꽃이라고?… 옛날 얘기 2013년 기사  /  우측) <문화일보>, 기업 해외주재원 꽃보직 ‘옛말’… 기피 대상으로 2015년 기사


최근에는 주재원으로 근무 다녀오면 '내 눈앞에 없는 자식에게 줄 자리는 없다'며 국내에서 승진은 기대할 수도 없고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 대한민국 사회가 실력과 능력만으로 승진을 하던가. 내부 정치가 중요하고 당장 나를 위해 일해주는 직원이 내 사람이고 승진 대상이지 해외에서 나돌아 다니는 사람을 챙겨주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해외주재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글로벌'을 외치면서 해외에서 근무를 하고 오면 해외 나가 있는 동안 한국의 빠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며 주요 보직에서 제외시키거나 해외 근무 경험을 국내에서 활용할 방법이 없어서 무보직 상태에서 몇 개월간 놀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운 좋으면 주재원으로 떠나기 전에 근무하던 부서로 친정 복귀이고 아니면 주재원 경험과는 무관하게 인사팀에서 급하게 마련한 포지션에서 근무한다. 애사심 한껏 높았던 주재원 중에는 부적절한 회사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해외에서의 전문성을 눈여겨본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MBC 대기 발령 사무실, 출처 민중의 소리



못 믿겠지만 대기업일수록 주재원에 대한 찬밥 신세가 심각한데 대한민국 10대 재벌에 드는 S사, L사, G사 등의 가까운 베트남 주재원 법인장들 (차/부장급)이 국내에 복귀했더니 빈 회의실에서 유럽 동남아, 남미 등지의 주재원들이 보직 없이 몰려 있더란다. 특정 회사가 아니라 국내 내놓으라고 하는 대기업들의 현실이다.


과거 80~90년대 건설사, 무역 상사 주재원들이야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 계약을 따내거나 힘든 건설 현장에서 회사의 위상뿐만 아니라 국가 위상을 세우는 건축물을 지었기에 주재원에서 복귀하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재, 유통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적자 투성이다. 이는 일개 주재원 몇 명의 능력 부족으로 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이라고 해봐야 현지 유통 바이어를 통한 간접적인 진출이었지 지금처럼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현지에서 직접 마케팅과 영업을 하기 시작한 지는 10년도 안된다. 이는 주재 기업들의 냉정하지 못한 시장 판단과 어설픈 한류 바람으로 한국 제품이라면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급증 때문이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10년이 넘게 해외 사업을 하신 한 유명 인사는 오죽했으면 해외 사업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들게 하는 요소를 '본사'라고 까지 이야기했을까.


그래서 주재원 당신은 본사와 현명하게 싸울 줄 알아야 한다!!



1. 제 3자를 활용한 현지 상황 공유


동남아와 같은 개발도상국 주재원의 가장 힘든 점은 현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본사가 표면적인 상황만을 보도하는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 제한적인 정보로 현지 상황을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베트남이 Post China로서 성장률이 높고, 인구가 1억에 가까우며, 한국 기업이 5천 개나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라며 띄워주기 기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막상 이런 기사는 Fact는 맞으나 Truth는 전혀 다른 내용들로 현지 진출한 기업의 서포트를 받아 작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재원 당신이 아무리 본사에 진심을 다해서 현지 상황의 어려움을 이야기해도 본사에서는 '현지 사업 부진에 대한 핑계'로 치부하기 일쑤다. 온갖 객관적인 자료를 다 갖다 증명해도 현실에 대해 부정적이고 현지 사업에 대한 열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3자 인증효과.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신빙성있게 들리지 않는다. 제 3자를 활용하라


그래서 당신이 현명하게 이런 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본사 임원이나 담당자들이 출장 올 때 베트남 현지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저명인사나 주재원 중 현지 사업을 오랫동안 해 온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하고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주재원 당신이 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본사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여러 번 듣다 보면 현지 상황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베트남에 계신 분들 본사 출장자 오면 나에게 데리고 오시라!



2. 본사 출장자들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지 마라!


본사 출장자가 현지에 방문하게 되면 주재원 당신은 나름 신경 쓴다고 좋은 곳, 맛집으로 데리고 간다. 회사 비용 처리도 안되는데 개인 돈을 써가면서 나름 신경 써서 좋은 곳으로 모시고 가서 잘 대접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웃기는 짬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재원으로 나가서 돈도 많이 받고 일도 적은 지 비싸고 좋은 식당에서 밥 먹더라'
'만날 그런 곳에서 밥 먹는지 편하게 잘 지내나 봐'


나중에 본사에 있는 동기나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로부터 출장자에게 들었다며 '주재원 생활이 그렇게 좋다며?'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 아주 미춰버린다. 모 기업의 한 주재원은 이런 일 때문에 본사 임원이 와도 일부러 허름한 쌀국수 집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현지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보수적인 회사일 수록 의전이 회사 생활을 결정하는 곳이 많으니 회사 분위기에 맞추어서 수준은 조절하되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핵심은 현지에서 호화롭게 사는 것으로 오해하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설프고 과장되게 힘들게 생활한다고 해봐야 역효과가 나겠지만 그렇다고 신경 써서 한 손님 접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작가의 다음 글

https://brunch.co.kr/@inne79/79



앙큼대마왕의 글을 책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488806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